우크라이나가 중국에 넘긴 항모 ‘랴오닝함’…어떻게 개조됐나?

올리비아 리(Olivia Li)
2019년 03월 17일 오전 11:39 업데이트: 2023년 01월 3일 오전 9:39

2012년,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중국 최초 항공모함 랴오닝함(遼寧艦)을 정식 진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원래 냉전이 끝날 무렵 우크라이나에서 건조된 이 항공모함은 군사용으로 개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999년 중국에 매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바리야그’라고 불렸던 이 항모는 중국의 자체 항모 설계 및 군사 배치를 위한 야심 찬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다. 바리야그와 같은 군사장비를 매매, 개조하는 프로젝트는 냉전 이후 군사분야의 새로운 추세가 됐다. 구소련의 거대한 방위산업체 중 상당 부분을 물려받은 우크라이나는 점점 중국을 주 고객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소련 30년 항공모함 기술, 약 224억 원

바리야그는 1985년 흑해조선소에서 건조됐고, 우크라이나가 아직 소련의 일부였던 1988년 미완성 상태로 진수됐다. 이 항모의 원래 이름은 도시명을 딴 리가(Riga)였는데, 1990년 바리야그로 바꿨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바리야그는 완성되지 못한 채 건조가 중단됐다.

1999년 바리야그는 홍콩의 한 유령회사에 단돈 2000만 달러(약 224억 원)에 매각됐는데, 항모의 기술적, 군사적 잠재가치에 비하면 헐값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구매에 관여한 홍콩 사업가는 바리야그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표면적으로는 이 항모를 해상 카지노로 개조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보다 작은 소련 항공모함이 중국에서 해상 테마파크로 개조된 사례도 있긴 했다. 하지만, 20톤에 육박하는 관련 기술자료가 항모와 함께 중국으로 넘어갔다. 소련의 항공모함 건조 역사 30년의 기술과 경험이 담겨 있는 거대한 자료다.

2005년 중국 당국은 바리야그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의 다롄항으로 운송했고, 다롄조선중공업에서 배를 개조했다. 이 항모는 2012년 랴오닝함이라는 이름으로 재 진수됐다.

중국, 우크라이나 전문 기술인력 끌어들여

바리야그 매각은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와 중국 정부 간 ‘큰 협력’의 시작에 불과했다. 항공모함 기술에서 더 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를 최대한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2017년 9월 China.com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배테랑 해양기술자 발레리 바비치(Valery Babich)가 중국 조선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중국으로 이주했다. 이 언론 기사는 바비치를 ‘랴오닝함’으로 대표되는 중국 제1세대 항공모함의 ‘아버지’로 지칭했다. 실제 바비치는 바리야그를 포함한 모든 소련 항공모함 설계에 참여했고, 수년간 흑해조선소에서 항공모함 설계 파트 수석 엔지니어로 일했던 인물이다.

바비치가 중국 항공모함 건조에 실제로 참여했는지, 언제 참여했는지 등을 중국 관영언론이 공개한 적은 없지만, 2014년 발표된 산둥성 지방정부의 한 문서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북부 다롄에서 황해를 가로질러 건너편에 위치한 산둥성의 지방정부는 2014년 2월  ‘태산학자(泰山學者) 해양산업 전문가 리스트’에 바비치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바비치 외에 다른 우크라이나 전문가들도 이 일에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필요시 기꺼이 거액의 돈으로 인재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태산학자 등용계획’의 세부 내용에 따르면, 핵심 연구자들은 비과세로 수백만 위안(수억~십수억 원)의 개발지원금과 임금을 받았는데, 바비치도 아마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랴오닝함 진수 후, 중국 해군은 이와 비슷한 유형인 001A형 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개선된 디자인과 기술을 특징으로 하는 001A형 항공모함은 2013년 말 건조에 착수해 4년이 채 안 되는 2017년 4월 26일 시운전이 이루어졌다. 홍콩의 피닉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시기는 중국 정부가 해군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바비치뿐만 아니라 다른 우크라이나 전문가도 많이 영입한 시기와 일치한다.

China.com 기사에 따르면, 바비치가 입사한 중국 기업은 산둥성 항구도시 칭다오에 있는 ‘중국-우크라이나 특수선연구설계회사(CUSA)’였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 9월에 양국 합작으로 설립됐으며, 중국 측은 칭다오 시정부 및 산둥과학원이, 그리고 우크라이나 측은 흑해선박설계국이 협력 파트너로 참여했다.

무려 7억 위안(약 1160억 원)이 CUSA에 투자됐다. 당시 회사 홈페이지에는 ‘CUSA의 임무는 우크라이나 선박 설계 전문가를 고용해 선박 설계에 관한 우크라이나의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칭다오시 내부에서 특수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바비치가 중국의 해군산업을 위해 일하는 것 같다는 뉴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언론에 보도되자 논란이 일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격인 환구망(環球網) 타블로이드판은 바비치가 중국 회사에 취직했다는 보도를 그의 아들이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에 이 문제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는 산둥성 지방정부 및 CUSA의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협력 강화하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항공모함 외에도, 인민해방군 해군은 이른바 ‘중국형 이지스 구축함’이라고 선전해 온, 현대식 레이더와 무기체계를 갖춘 첨단 구축함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다른 여러 첨단기술과 마찬가지로 최근에 설계하는 구축함도 외국 기술을 복제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

칸와방위평론(漢和防務評論)은 구축함의 ‘눈’ 역할을 하는 부분, 즉 ‘중국형 이지스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선박용 위상 배열 레이더는 우크라이나 크반트-라디올로카치아 레이더시스템연구소가 제공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개발됐다고 밝혔다. 또, 국영 중국청년보(中國青年報) 2011년 3월 온라인판 기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중국의 대규모 해군 함정에 사용되는 가스 터빈 개발 기술도 우크라이나 것이다.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다른 군사기술로는 항공기 엔진 ‘바이슨’ 호버크래프트, Kh-55 공중 발사 핵탄두 크루즈 미사일, NITKA 항공모함 기반의 항공기 훈련 시뮬레이터 등이 있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만 회람하는 ‘내부참조’에서 2017년 9월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2012년 무렵 중국은 30여 개 군사개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기 시작했는데, 이 분야는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진행된 2000여 건의 군사기술 프로젝트와 관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