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 탈중국 가속…인도·동남아 투자펀드 “사상 최대”

강우찬
2022년 06월 1일 오후 3:28 업데이트: 2022년 06월 1일 오후 7:11

아시아 지역의 투자 구도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함에 따라 벤처캐피털들이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록적인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싱가포르 벤처캐피털 ‘정글 벤처스’ 공동 창업자 아미트 아난드는 닛케이 아시아에 “많은 벤처 캐피털이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우리 회사도 최근 인도와 동남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자금으로 6억 달러(7400억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아난드는 “우리가 접촉한 투자자 50%가 중국 밖에서 다각적인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투자자들이지만, 불확실성을 우려해 인도와 동남아에 더 많이 투자하길 희망했다”고 말했다.

영국 사모펀드(PEF) 리서치 전문기관인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도-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벤처펀드는 31억 달러를 조성해 상반기에만 전년 조성액(35억달러)의 88%에 도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벤처펀드의 조성액은 21억 달러로 전년 조성액(272억 달러)의 8%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극도로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벤처캐피털 회사 이스트 벤처스는 동남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5억5천만달러를 조성했으며, 인도 엘리베이션 캐피털은 지난 4월 6억7천만 달러 투자금을 유치해 회사 설립 후 최대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인도와 동남아가 벤처펀드의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는 반면, 중국은 점차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이 크게 바뀌어 투자자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영리 목적의 사교육을 금지해 온라인 교육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켰다. 해당 기업의 투자자 상당수는 외국 벤처기업이었다. 이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일례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바이두 자회사인 온라인 교육앱 쭤예방(作业帮)에 7억 달러를 투자했었으나 올해 3월 이 금액을 1억 달러로 대폭 축소했다.

중국의 대형 정보통신기술기업 규제도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국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독과점을 규제하고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이용자 데이터 처리 규정을 강화했다. 이 조치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형 상장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하이, 베이징에서 실시된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도 중국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중국이 완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