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관, 中 채권 4월에만 20조원 매도…1분기의 130%

김정희
2022년 05월 20일 오후 5:29 업데이트: 2022년 05월 20일 오후 6:02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위안화 채권 보유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봉쇄 장기화로 인한 불투명성 확대와 미국 금리 인상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홍콩 시장조사업체 본드 커넥트(Bond Connect)의 데이터를 인용해 외국 투자 기관들이 4월 한 달 동안 중국 채권 약 1080억 위안(약 20조원)을 매도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외국 기관은 3개월 연속 중국 채권 순매도를 이어왔고, 4월까지 총 2350억 위안(약 45조원)을 팔아치웠다. 

FT는 “위안화 파워가 코로나 봉쇄 때문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여러 도시가 봉쇄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4월 이후에만 5% 하락했다. 위안화 표시 자산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잃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의 대폭 인상도 중국 채권의 약세를 촉진했다.

지금까지는 서방 중앙은행들이 양적 완화를 유지하면서 선진국 시장의 수익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많은 외국기관이 더 높은 고정 수익률을 찾아 중국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채권 수익률도 상승하자 상황 반전이 시작됐다.

베이징에 있는 글로벌 리서치 업체 게이브칼 드레고노믹스는 “위안화 가치의 급락으로 인해 외화 리스크 회피가 더 복잡해지고 대가도 높아졌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짧은 시일 내에 더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환율 파동 리스크도 함께 고민한다”라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 중국투자전략가 베키 리우는 “일부 외환 투자자는 확실히 그들의 중국 채권 보유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남은 2~3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골든만삭스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4.5%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GDP 성장률 전망도 4%에서 1.5%로 낮췄다.

중국 현지 경제매체들은 이번 외국기관 채권시장 매도세를 중국과 미국 사이 금리 역전으로 설명하면서 코로나19 봉쇄 여파를 애써 축소하는 모양새다. 언급 자체를 회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중국)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다”라고 명확히 짚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성장률 전망은 비교적 낮지만, 팬데믹 통제 성공과 부동산 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기초 인프라 구축 지출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집행 등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달성 가능하다”며 호락호락한 목표가 아니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건이 충족돼야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