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닝의 계략(상) ‘中공산당, 세계 지도자 되는 길’ 설계… ‘망국으로 이끄는 주범?’

Lin Xin
2019년 06월 20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19년 11월 20일 오후 6:02

2012년 12월, 시진핑이 광둥 ‘남순’에 나설 때,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왕후닝(王滬寧)이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자 “‘기회주의자’ 왕후닝이 또다시 새주인을 맞았다”며 술렁거림이 있었다.

2012년 이전,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총서기의 브레인으로 20년을 지낸 왕후닝은 중국공산당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며 ‘사회주의’ 대신 ‘권력자 중심 자본주의’로 흘러가는 당내 부정부패를 방임하고 민관 대립을 강화시켰다. 따라서 당시 중국인들은 그런 그가 이제 시진핑을 또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궁금해했다.

6년이 지난 지금 답은 이미 분명해졌다.

현재 중국공산당은 경제 발전에만 만족하지 않고 세계에 군림하려 하며, 미국의 ‘세계경찰’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공산당을 전방위적으로 저지하면서, 이 붉은 왕조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의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는 왕후닝이 설계

5월 20일, 미·중 무역전이 점점 격렬해지는 와중에 장시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은 ‘홍군장정’ 출발 기념비 앞에서 미국과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들에게 마오쩌둥 저서를 공부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중앙(CC)TV는 ‘영웅아녀’, ‘상감령’, ‘기습’ 등,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를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며 국민의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5월 28일, 중국공산당은 이미 수년간 써먹다 버린 ‘대국의 광신적 애국주의(쇼비니즘)을 반대한다’라는 문구도 되살려냈다. 마오쩌둥 집권 시절 중국 공산당은 구소련을 가리키는 데 이 말을 많이 사용했다.

2017년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 이후부터 왕후닝이 문선(文宣·문화선전)을 주관해왔다.

서방 언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데올로기 영역에서의 중국공산당의 이런 행위 곳곳에서 왕후닝의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를 엿볼 수 있다. 신보수주의란 다원주의 사회를 반대하고 독재자가 집권해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정치 조류다.

문화선전 통해 하루 아침에 시진핑을 ‘세계 리더’로 치켜세워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 정권은 당의 근본주의로 회귀 이론을 내세우며 반부패 운동으로 장파(江派·장쩌민 계파) 같은 정치적 적수를 쳐낸 후, 권력투쟁에서 밀린 상대에게 반격의 기회를 차단했다. 이와 함께 시진핑 정권은 민심 ‘결집’을 위해 대대적인 민족주의 선동에 나섰다.

2016년 10월 27일, 중국공산당은 제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의 당내 ‘핵심’ 지위를 정식으로 확립했다.

2017년 10월 24일의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됐다. 그러나 ‘시진핑 사상’의 주요 기획자가 왕후닝이란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중국공산당 내 권력이 절정에 오르고 있는 시진핑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까?

왕후닝의 계획대로라면, 시진핑은 세계를 이끄는 ‘월드 리더’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왕후닝이 통제하는 문선 시스템의 선전 내용으로 파악된다.

2017년의 6중전회 때부터, 중국공산당 선전 기구는 시진핑의 ‘리더 지위’는 중국공산당뿐 아니라 전 중국 인민, 심지어 전 세계가 원하는 것이라며 시진핑을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인민망은 ‘시진핑 총서기의 핵심 지위를 확고히한 6중전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은 현재 세계 무대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은 뛰어난 재능과 지략을 가진 정치 리더가 필요한 시대이자, 그러한 정치 리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라며 시진핑을 치켜세웠다.

또한 신화사가 2018년 3월 보도한 ‘세계 흐름을 이끄는 길잡이 – 시진핑 주석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추진은 시대적 계시’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 시진핑이 하루아침에 전 세계의 ‘리더’가 됐다고 주장한다.

기사는 “오늘날 세계에는 인류 전체의 공동 미래에 대해 이렇게 확고하게 말할 수 있고, 이렇게 강력한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지도자가 더는 없다”고 한 ‘인도 학자’ 서드헤앤드라 쿨카르니의 말을 인용했다.

이 기사는 왕후닝이 만들어낸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이론을 ‘글로벌 난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라고 치켜세웠고, “이것은 이미 이 지구에서 인류의 유일한 미래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그 후, 베이징의 과장법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2018년 4월, 시진핑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을 만난 바 있다. 당시 CCTV 뉴스는 회견장이 아닌 회의실에서 시진핑이 이 회의 주재자인 것처럼 회장 자리에 앉고 슈밥 회장 및 그의 수행원 몇 명과 시진핑의 수행원들은 시진핑 좌우 아래 좌석에 서로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슈밥이 앉은 위치나 시진핑의 ‘지시’를 귀 기울여 경청하는 듯한 자세나 표정을 보면 그의 지위는 기껏해야 홍콩 행정장관쯤 돼 보인다.

시진핑이 ‘핵심’ 칭호를 얻기 전인 2015년, 본보는 ‘위기의 민족을 구하고자 하는, 이전 중국 공산당 지도자와는 다른 시진핑’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버리고 청사에 이름 남기길’이라는 제목의 특별 기고문 두 편을 통해, 시진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중국공산당을 해체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시진핑은 대권을 잡은 후 여전히 왕후닝이 설계한 길로 가고 있다.

사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신호들은 이미 “중국공산당의 위기가 임박했으며, 붉은 왕조를 유지하는 길은 막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를 억지로 묶으려 하는 중국공산당과 국제적으로 외면받는 왕후닝의 이론

우선, 중국공산당의 ‘인류운명공동체’ 이론이 국제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사실 장쩌민 정권 때에도 이런 이론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경제가 발전하지 않았기에 이 이론은 개념에만 머물렀다.

장쩌민은 중국공산당이 ‘6.4’ 텐안먼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자, 1993년 시애틀 APEC 비공식 회의에 참석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회동을 했다. 이후 미국은 대중(對中) 제재를 점차 완화했다.

고인이 된 중국 외교관 우젠민(吳建民)은 2007년 출판한 <외교사례(外交案例)>에서 공동체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일찍이 천 년 동안 200여 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1952년, 유럽 6개국은 ‘석탄철강공동체’를 설립했으며, 1957년에는 또다시 ‘경제공동체’와 ‘원자력공동체’를 설립했고, 마지막엔 공동 통화를 쓰는 유럽연합으로 발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더는 전쟁은 없을 것이다”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뒤 왕후닝이 시진핑을 도와 ‘시진핑 사상’을 만들 때, ‘공동체’라는 표현 또한 ‘인류운명공동체’로 바뀌었고, 이는 ‘시진핑 사상’의 일부가 됐다.

2017년과 2018년, 왕후닝이 통제하는 신화사는 여러 기사를 통해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은 ‘시진핑 사상’의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했다.

2012년, 2013년, 2015년, 2017년의 여러 국제 행사에서 시진핑은 모두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언급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앞두고 중국공산당이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중국공산당은 “경제무역 관계는 미·중 관계의 ‘압창석(壓艙石·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돌)’”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실제로 미·중 경제와 무역은 이미 ‘운명공동체’ 내지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공산당은 본인들이 끊임없이 미국의 이익을 차지하고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미·중 관계는 우젠민이 말한 프랑스와 독일의 관계와 같아 ‘싸우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2017년, 경제와 문명을 명분으로 내건 중국공산당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 개념이 중국공산당이 조종하는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에 처음 포함됐다.

중국공산당 문선은 ‘인류운명공동체’란 이론이 어떻게 전 세계의 공감을 얻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과장해서 선전하고 있지만, 사실 세계 각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또한 이렇게도 ‘전 인류 해방’을 원하는 정당과 정식으로 ‘인류운명공동체’에 합의하려는 나라도 거의 없다.

특히 유럽과 미국은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와 라오스 인민혁명당만 반응을 보였다. 캄보디아는 4월 28일 중국과 ‘중국-캄보디아 운명공동체 구축에 관한 행동계획’에 합의했고, 라오스는 5월 1일 ‘중국-라오스 운명공동체 구축에 관한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왕후닝이 설계한 붉은 제국의 길, 국제적으로 곳곳에서 벽에 부딪혀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공산당 모두를 수용할 수 있다’ 이 말은 왕후닝의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이론에서 나온 표현이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시진핑은 “태평양은 중·미 양국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는 말을 거듭했다. 2014년,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도 시진핑은 “넓은 태평양은 중·미 양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을 되풀이했었다.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 모두 이 말에 매우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이에 개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에서 나온 또 다른 표현은 이른바 ‘문명대화(文明對話)’다.

지난 5월 15일, 중국공산당은 베이징에서 ‘아시아 문명대화대회’를 개최했다. 중국공산당은 여러 아시아 나라를 초청했으며, 그리스, 캄보디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아르메니아 등 5개국 주요 정계요인이 참석했다. 이 중 그리스는 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중국공산당의 경제원조를 받는 국가다.

이 회의가 2014년부터 여러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열렸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중국공산당이 ‘시경(詩經)’, ‘논어(論語)’ 등 전통문화 내용을 회의 석상에서 거론하며 이를 통해 아시아 각국과 ‘아시아운명공동체’를 거론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일대일로’도 사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론의 연장선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2015년 ‘일대일로’ 업무 영도소조가 만들어질 때, 왕후닝은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자 ‘일대일로’ 소조의 부조장 신분으로 ‘일대일로’에 대외정책 지침을 제공했다.

‘일대일로’가 궁지에 몰리면서 중국공산당은 2019년 4월의 ‘일대일로’ 2차 포럼에서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왕후닝이 시진핑을 위해 설계한 ‘붉은 제국의 글로벌 굴기의 길’이 불가능한 길임이 입증된 셈이다.

왕후닝은 공산주의와 중국공산당이 국제적으로 설 자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시진핑의 ‘중화민족 부흥’ 심리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세계 리더가 될 수 있는 죽음의 길’을 설계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에 격분한 미국, 무역전 본격화

2018년 3월, 개헌에 성공한 시진핑은 국가주석 임기제를 없앴다.

왕후닝이 시진핑에게 만들어준 ‘시진핑 사상’으로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을 틀어 잡고 당의 장악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공산당은 경제·정치·언론을 점점 더 옥죄고 있으며, 어떠한 정치 개혁의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국제적으로는 중국을 ‘세계 리더’로 스스로 치켜세우면서 지식재산권 절도, 강제 기술 이전, ‘일대일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의 행위로 미국을 도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