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누구를 위한 약속이었나

류지윤
2020년 12월 6일 오전 8:16 업데이트: 2020년 12월 6일 오전 8:55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을 출간했다.

발간 첫날 90만부 가까이 팔리며 기록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는 중국에 관한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그는 “2008~2009년까지 세계 금융위기가 아니었다면 무역 의제에서 중국에 더 무거운 처분을 내렸을 것”이라고 썼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시절(2009~2017년) 중공의 국제무역 규칙 위반과 미국에 대한 위해 행위를 방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과 외교 비화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회고록에서 오바마는 명연설가답게 유려한 문장으로 책 곳곳에 자신이 왜 중공에 강경하지 않았는지에 해명을 녹여 넣었다.

그는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당시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것은 수십 년 뒤의 일로 확신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뒤인 2019년 미국은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 중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바마의 무서운 오판이 가져온 결과다.

공산주의 중국에 유화적으로 접근했던 이유에 대해, 오바마가 회고록에서 밝힌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집권 초, 중국 공산당(중공)이 기록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세계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베이징 지도부가 규칙을 회피하고 왜곡하며 심지어 모든 국제 비즈니스 규범을 위반했을 때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반중, 반공 여론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오바마의 회고록은 출간 전부터 베스트셀러 등극이 유력했다. 이 책에서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많았겠지만, 자신이 중공에 유화책을 써야만 했던 당위성을 미국인들에게 설득시키고 싶었던 의도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이 미국의 한 서점에 진열돼 있다. | Jamie McCarthy/Getty Images

“오바마의 아시아 정책은 성과 없었다”

오바마라고 중공을 ‘봐주기’만 한 건 아니었다. 집권 2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아·태 재균형(Re-balance)’ 대전략 수립에 주력했다.

미국의 해외 군사력 배치의 중심을 중동에서 점차 다시 아시아로 옮기려 했고, 중공에 맞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적 안보 전략을 전개했다.

이 같은 오바마 시절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에 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모두 (오바마 시절)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이 우스운 이야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실제로 아시아 국가에 진정한 유익을 주고 있다”고 했다.

대만의 중국 전문가인 옌젠파 전 민진당 중국사무부 위원장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관심 밖’이었던 대만의 울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옌 전 위원장은 “말뿐인 오바마의 반(反) 중공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오히려 중공에 전 세계로 확장하고, 미국에 완전히 침투할 기회만 줬다는 게 큰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젠신과기대 기업경영학과 교수이기도 한 옌 전 위원장은 “중공이 남중국해에서 계속 세력을 확대하고, 화웨이가 전 세계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딘 것을 보면 오바마의 정책들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집권자가 아무리 말을 많이 하더라도, 정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헛된 말이 된다”며 “이념과 방향뿐만 아니라 정책이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13년 6월 8일(현지시각) 미중 정상회담 기간 산책하고 있다. | JEWEL SAMAD/AFP via Getty Images

철저하게 미국에 침투한 공자학원

폼페이오 장관은 9월 초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미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에 있는 공자학원이 올 연말까지 폐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정부는 공자학원을 교육기관이 아닌 ‘외국 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공자학원이 대학 내에서 스파이와 협력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옌 전 위원장은 “중공 언론들의 미국 침투, 공자학원의 전미 확산은 클린턴, 오바마 정부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며 오바마 회고록에 실린 중국계 미국인 게리 로크 당시 상무장관의 방중 일화도 언급했다.

오바마는 회고록에서 중국 방문 당시 수행했던 로크 전 상무장관이 행사 참석을 위해 호텔을 나서다가 두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방으로 돌아갔는데, 문을 열자 청소원 2명이 침대를 정리하고 있었고 양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책상 서류를 뒤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로크는 2011년 9월 주중 미국 대사로 취임했으나, 채 석 달도 안돼 대사직을 사임했다. 공식 이유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지만 중국 여성과 불륜이 원인이었다. 그는 2014년 부인과 별거에 들어가 2015년 이혼했다. 불륜 상대는 중국 CCTV 앵커 출신 여성으로 추정되며 남편은 중공 정보기관 관계자로 알려졌다. 미인계에 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공의 침투에 오바마 행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옌 전 위원장은 “이제 와서 밝히는 것은 뒷북이다. 왜 그 당시에는 엄중히 항의하지 않았겠느냐”며 오바마의 무른 대처를 비판했다.

또한 오바마 시절의 수많은 미·중 전략 대화 정책, 예를 들어 수백 가지 협력안을 포함한 경제 전략대화 등은 결국 미국과 중공을 더 단단히 묶어놓은 것뿐이라며 미국이 중공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공이 미국에 영향을 줘 이번 대선에 개입할 기회까지 얻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미국 대선은 정말 문제가 많다”며 “금융 거물, 언론, 월가 세력 등 기득권 세력이 구축한 영향력은 사법, 정책, 심지어 지방정부 선거제도에까지 미치고 있어 국가 시스템을 그들이 원하는 방향인 사회주의로 이끌 정도”라고 했다.

미국의 부패 기득권이 사회주의화를 추진하는 이유로는 ‘계층구조 고착화’가 꼽힌다. 권력을 내놓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의 중앙무대 등장은 그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다.

미국은 과거 경제개발을 지원해 중국을 민주와 자유로 이끌려했지만, 중공은 미국의 개방성을 악용해 침투했고, 미국의 부패 기득권은 이제 중국식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바꾼 게 아니라 중공이 미국을 바꾸는 셈이다.

옌 전 위원장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클린턴, 오바마가 집권 기간에 중공이 미국을 마음대로 침투하도록 방임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를 비롯해 두 전직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도 미국 내 고조된 반중, 반공 여론을 의식해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두 전직 대통령들이 진짜로 반 중공이었다면 당시 중공은 그렇게나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멋있는 말은 많이 했지만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지려 한 적 없다.”

*타이베이 장위찬 기자 합동 취재

*중국의 모든 시스템은 전체주의 권력집단 ‘중국 공산당’(중공)에 장악돼 있습니다. 에포크타임스(한국어판)에서는 5천년 문명대국인 ‘중국’과 중국을 파괴하고 들어선 ‘중공’을 구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