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 하루 동안에만 몰래 다녀간 익명의 기부자들

황효정
2020년 03월 9일 오후 4:51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03

코로나19 사태가 쉬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하고 따뜻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얼굴 없는 천사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9일 오늘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기부 소식을 모아봤다. 단 하루 동안에만 전해진 기부 소식은 얼마나 될까.

광주 광산구 제공
광산구청 제공

9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최근 광산구 수완동 행정복지센터에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는 익명의 쪽지와 함께 20kg 쌀 20포대가 배달됐다.

앞서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한 명도 마스크를 쓰고 복지센터 민원 창구 직원에게 돈이 든 봉투와 종이가방을 내밀고 사라졌다.

봏투에는 현금 50만원이, 종이가방에는 방역 마스크 13개가 담겨 있었다.

광주 광산구 제공

마스크와 야구 모자를 쓴 익명의 여성 또한 광산구 한 복지센터를 찾아 종이가방을 놓고 서둘러 사라졌다.

“필요한 곳에 써주세요”라는 메모가 붙은 종이가방에는 천원권 12매와 동전 1,439개 등 총 24만 2,620원이 들어 있었다.

뉴스1

그런가 하면 강원 태백시 황지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여성이 마스크 구매 비용으로 써달라며 검은색 비닐봉지를 전달하고 갔다.

봉투에는 쌈짓돈이었던 듯, 노란 고무줄로 꽁꽁 묶은 지폐와 동전 수백 개가 들어 있었다. 여성이 기부한 동전과 지폐는 총 18만 3,480원이다.

장흥군 제공

전남 장흥군도 9일인 오늘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관산읍사무소에 한 주민이 현금 5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고 자리를 떠났다.

봉투에는 “봄이 온 줄도 모른 채 꽁꽁 얼어붙은 요즘에 하고 싶은 건 잠깐 멈추고 꼭 해야 할 일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작지만 마음 담아서 응원합니다”라는 손편지가 함께 있었다.

인천시 부평구 제공

9일 인천 부평구 또한 2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써주세요”라며 동전으로 20만여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여성은 500원, 100원, 50원, 10원 동전을 종류별로 나눠 담은 봉투를 전달하며 신분을 끝까지 알리지 않고 떠났다.

관악구 제공

같은 날(9일) 서울 관악구에 따르면, 삼성동 주민센터에 마스크와 장갑으로 모습을 가린 한 어르신이 찾아왔다.

어르신은 직원에게 너덜너덜한 봉투만 전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주민센터 직원이 쫓아가 붙잡자 어르신은 “알려질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익명으로 기부해달라”고 부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어르신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달 외출을 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대상자로 분류됐다.

2주간 격리 생활을 하면서 관계자들과 구청 및 주민센터 직원들이 챙겨주는 생필품과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에 고마움을 느꼈다.

어르신이 기초생활수급비를 꾸준히 아껴 모아온 소중한 100만원이 담긴 봉투에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심을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 너무 고마워요”라는 편지가 쓰여 있었다.

뉴스1

또 오늘(9일),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는 제주 한경면 면사무소를 찾아 kf94 방역 마스크 300매를 놓고 간 익명의 남성도 있었다.

여기에 익명은 아니지만, 13살 초등학생 양은조 어린이는 가족과 직접 만든 마스크 31매를 제주 서귀포 정방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양은조 어린이는 손편지를 통해 “마스크에 있는 공룡처럼 튼튼하고 씩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바로 어제인 지난 8일 강원 화천경찰서는 익명의 한 주민이 화천경찰서 사내파출소 입구에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와 편지를 놓고 사라졌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국에도 여전히 화천군민들의 따뜻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나누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이렇듯 평범한 시민의 얼굴을 한 천사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는 소식으로 사라져 버리는 익명의 기부자들이지만, 이들의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겨 많은 공감을 받았다.

“이 글 보니까 확신이 생깁니다. 우리는 꼭 이겨낼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