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의 뒷모습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김연진
2020년 10월 30일 오전 9:59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15

단단하고 강하며, 섬세하진 않지만 넓고 우직한 사람.

A씨는 자신의 아버지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은 어쩐지 아버지의 뒷모습이 불쌍해 보였다고 고백했다. 평생 어떤 불평불만도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진짜 심정을 비로소 깨달은 게다. 정확히 말하면, 그걸 깨달은 나이가 된 것일지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빠가 처음으로 불쌍해 보여”라는 제목으로 A씨가 적은 글이 공개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는 첫 문장을 덤덤하게 써 내려갔다.

“우리 아빠. 35년간 회사를 다니시며, 월화수목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6시 반에 출근 준비를 하신다. 이 일이 재밌으실까? 내 생각엔 아니다. 오직 가족을 위해서 꾹 참고 35년을 다니셨다”

“오늘은 엄마가 아파서 퇴근길에 죽을 사오셨다. 평소에는 퇴근하시고 직접 저녁도 차려주셨는데, 오늘은 귀찮으신지 아빠도 대충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셨다”

“주로 퇴근하시면 TV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시는 아빠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거실에서 TV를 보시며 하루를 마무리하시는데, 엄마가 안방에서 TV 소리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며 ‘소리를 줄이든지, 끄든지’라고 말했다. 아빠는 눈치를 살피다가 소리를 줄이셨다. 트로트 음악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재밌게 보시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10분도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TV를 끄셨다. 그러고는 불을 끄고 엄마 옆으로 주무시러 가셨다. 정말 자고 싶어서 가신 걸까? 난 왜 그 뒷모습이 괜히 그렇게 미안할까?”라고 고백했다.

또 “상상을 해보았다. 아빠처럼 내일도 일찍 출근해서,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다가 잠에 드는 하루. 얼마나 지루하고 고단할까? 표현이 서툰 아빠는 항상 엄마의 잔소리를 참고만 계신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끝으로 A씨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처음으로 아빠가 불쌍해 보였다. 내일은 아빠를 대신해서 내가 저녁밥을 해드려야겠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회사 그만두게 해드릴게요. 아빠, 오늘도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