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기가 복도에 ‘고민 상담소’ 열고 제 고민 상담해줬습니다”

황효정
2020년 08월 5일 오후 11:4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전 9:36

아파트 복도에 어느 어린이가 연 고민 상담소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함을 전한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에는 ‘옆집 아가 넘 귀엽다’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복도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복도에는 쪽지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인스티즈

<고민 상담>

고민이 있다면 고민을 이 종이로 적어 보내주세요.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만 들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고민 편지 넣는 곳: 고민 상자를 찾아 넣어주세요. 그럼 제가 찾아서 다음날 답장해 드리겠습니다.

답장 편지 받는 곳: 답장 상자에 답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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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글씨체로 적힌 쪽지 밑에는 종이로 만든 고민 상자도 보였다.

A씨는 “아직 아무도 고민 안 넣었다”며 “당연하지, 이 층에 자기 집이랑 우리 집밖에 없는데ㅠㅠ 누구 보라고 붙여 놓은 거야”라고 밝혔다.

A씨의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고민을 넣어주자”고 의견을 모았고, A씨는 이후 의견을 수렴해 고민을 적어 고민 상자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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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민이 있어서 편지를 써요.

요즘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아침에는 잠이 너무 와서 고민이에요.

원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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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퇴근하고 귀가한 A씨의 눈앞에 새로 생긴 답장 상자가 포착됐다.

답장 상자를 만든 옆집 아이는 쪽지 한 장을 곱게 접어 스티커로 봉해두었다.

쪽지를 펼쳐보자, 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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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민 잘 읽어 보았습니다.

저의 첫 고민이군요.

요즘 밤에는 잠이 안 오고 아침에 잠이 온다고 하셨는데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해서 늦게 자면 아침에 피곤하고 잠이 많이 오는 게 당연하답니다.

그럼, 제가 밤에 잠이 오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일단, 1. 따뜻한 음식이나 몸을 따뜻하게 해 주세요. 사람이 따뜻하면 노곤해지고 긴장이 풀어져서 잠이 올 거예요.

2. 독서나 밤에 조용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나 어떤 일에 집중해 머리를 쓰세요. 머리를 쓰다 보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때 잠을 청해보세요.

고민 상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움 편지

P.S 제 나름 답장한 것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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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까지 수정해가며 또박또박 정갈하게 써 내려간 답장 내용은 여느 수면 전문가의 조언 못지않았다.

A씨는 “고민 상자에 작은 간식 하나 보답으로 넣어둬야겠다”며 사연을 끝맺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였으면 너무 귀여워서 하루에 한 번씩 고민 넣었을 것 같다”며 “한 층에 글쓴이랑 자기 집 두 집밖에 없는데 저기에 해놓은 것도 너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