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해야 할 기념비적 사건” 뉴욕서 2천명 퍼레이드

한동훈
2022년 04월 24일 오후 2:05 업데이트: 2022년 04월 26일 오후 5:20

미국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중국에서 떠들썩한 잔치에는 빠지지 않는 사자춤과 맑은 하늘색 차림의 마칭밴드를 앞세운 퍼레이드 행렬은 퀸스의 플러싱 거리를 행진했다.

4·25 청원은 1999년 중국 베이징의 권력층 집단거주지 중난하이 앞에서 파룬궁 수련생 1만 명이 모여 청원한 사건이다. 참가자들은 ‘문제가 생겼으니 살펴달라’며 조용히 서서 기다렸고, 중국 지도부는 현장에 나와 의견을 듣고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인원이 베이징 한복판에 집결했지만 아무런 마찰도 없이 평화롭게 끝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이 일을 ‘4·25 평화청원’으로 이름 짓고 매년 4월 이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의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2022.4.23 | 래리 다이/에포크타임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2022.4.23 | 래리 다이/에포크타임스

주최 측 발표 약 2천 명이 참가한 퍼레이드는 23일(현지시각) 세계 문화의 용광로인 뉴욕 거리를 동양적 색채로 물들였다. 커다란 연꽃과 천상의 궁궐을 상징하는 전통 양식의 황금색 구조물로 장식된 퍼레이드 차량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발길을 멈추고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행인들에게는 선녀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다가가 종이로 접어 만든 연꽃을 작은 바구니에서 꺼내 나눠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퍼레이드는 화사한 봄빛과 경축의 분위기만 전달하진 않았다. 4·25 청원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청원은 평화롭게 마무리되며 중국 현대사에 족적을 남겼지만, 이후 대규모 인권탄압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1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중난하이에 모인 장면을 본 당시 중국의 권력 1인자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파룬궁에 대한 탄압을 결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25일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베이징 중난하이 인근 푸유가 대로변 인도에 서있다. | 명혜망

4·25 청원 이전부터 장쩌민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파룬궁 수련자가 7천만~1억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규모가 공산당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극렬하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장쩌민은 이미 파룬궁을 경계하고 있었고 4·25 청원도 몰래 살펴봤으며 파룬궁 수련자들의 질서 정연함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부당한 일을 겪고도 난동을 부리는 대신 조용히 인내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수련자들의 무서운 정신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심신수련은 중국의 오랜 전통이다. 태극권, 소림권 같은 무술을 통한 수련법이 유명하지만, 무술만이 전부는 아니다. 파룬궁은 간단한 맨손체조와 명상으로 자신을 수양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진실(眞)·선량(善)·인내(忍)라는 원칙에 따르자는 가르침이 핵심이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 가운데 행인들이 이를 관람하고 있다. 2022.4.23 | 충이호/에포크타임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 가운데 행인들이 이를 관람하고 있다. 2022.4.23 | 충이호/에포크타임스

4·25 청원은 이틀 전 수련자 45명이 체포당한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수련자들은 톈진의 한 청소년 잡지에 실린 파룬궁에 관한 기사가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다며 관계 당국에 알리러 갔으나, 공안들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체포됐다. 중난하이에 모인 수련자들은 이들의 석방과 자유로운 수련 허용을 요청했고, 주룽지 총리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쩌민은 총리가 한 약속을 뒤집고, 자신의 독단적 권력으로 1999년 7월 20일 파룬궁 탄압을 명령했다. 4·25 청원 석 달 뒤였다. 파룬궁 정보사이트인 파룬따파 정보센터는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불법적으로 감금돼 강제노역·고문·강제 장기적출 등을 당했다고 추산했다.

이날 퍼레이드를 본 중국 국적의 한 여성은 위성채널 NTD에 “의상이나 장식 같은 전통 문화적인 부분들을 보고 따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에서는 이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며 “중국에서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걸 겁낸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파룬궁 수련자들의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2022.4.23 | 래리 다이/에포크타임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 퍼레이드가 진행된 가운데, 참가자들이 중국 공산당 해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2022.4.23 | 장징이/에포크타임스

자신의 이름을 쑨안이라고 밝힌 한 중국계 이민자는 “한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얼마나 존경스러운 일인가”라며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탄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이민자는 “착해지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수련하겠다는 사람들을 (중국 공산당이) 짓눌렀다. 이제 그 결과를 중국 전체가 감당하고 있다”고 했다.

한 여성은 퍼레이드를 보고는 엄격하게 봉쇄된 상하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녀는 “오늘날 상하이를 보라. 먹을 자유조차 거의 사라졌다”며 “자유는 있을 때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지금은 먹을 권리가 없지만, 다음엔 숨 쉴 권리마저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서 4·25 청원 23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 가운데 행인들이 이를 관람하고 있다. 2022.4.23 | 충이호/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