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영화 ‘차이나 허슬’ “미국서 상장된 中기업, 80%가 우회상장” 폭로

린옌(林燕)
2018년 07월 15일 오전 8:52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오후 8:49

“진실을 밝히는 용기 있는 중국인의 모습을 꼭 다른 중국 사람들에게도 보여 달라.”

미국 영화감독 제드 로스스타인(Jed Rothstein)은 최근 본지 취재에 응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의 최신 다큐멘터리 영화 ‘차이나 허슬: 거대한 사기(The China Hustle, 상영시간 84분)’는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이면을 파헤쳤다. 해당 영화는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허슬’은 2017년 9월 8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미국 포브스는 3월, ‘차이나 허슬’을 ‘2018년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하나’로 평했다.

해당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12명의 프로듀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중 알렉스 기브니(Alex Gibney)는 2005년 ‘엔론 : 거대 기업은 어떻게 붕괴 했나?(Enron : The Smartest Guys in the Room)’라는 작품을 통해 그해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80%의 중국 기업은 ‘우회상장’

중국 기업은 자국 내에서의 성과와 재무 상태를 분식회계하고, 이후 부실 미국 상장 기업을 인수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상장된 기업인 것처럼 위장하는 이른바 ‘우회상장(Back Door Listing)’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차이나 허슬’은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중국 기업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하며, 위와 같은 편법을 낱낱이 파헤친다.

우회상장 수법은 ‘역합병(Reverse Merger)’이라고도 불린다. 비상장 기업의 주주가 투자 은행의 주선으로 상장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해당 상장 기업을 통해 비상장 기업의 자산을 흡수해 자회사화 하는 것으로, 비상장 기업이 간접적으로 상장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영화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약 400여 개 중국 기업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됐고, 그 중 80%가 우회상장 수법을 이용했다고 밝혀졌다. 이들의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 1450억 원)를 넘어선 상태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상장 이후 통상적으로 약 백배 이상 올랐다. 각각의 주식은 기술적으로 분석했을 때 빈틈이 전혀 없었고, 이에 따라 “주식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급행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는 식의 홍보문구는 줄을 이뤘다. 이들 중국 기업에 투자하기만 하면, 말 그대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것’ 같은 시기였다.

그러나 해당 중국 기업들의 교묘한 수법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이미 미국 주식시장의 소액 투자자들은 처참한 피해를 입은 뒤였다. 이를 이용해 벼락부자가 된 소수의 수혜자들은 아무도 다수가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영화는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러한 중국 기업을 실제로 방문한 사람이 있는가? 중국 기업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이 중국에 있는가? 선인과 악인, 속임수와 이익 추구의 경계는 무엇인가?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은 어느 관광객 일행이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거대한 황소는 월가를 나타내는 조형물로, 주식 시장에 대한 아름다운 동경을 가지는 동시에 출렁이는 주식 시장의 잔인함과 무력함을 상징한다. | Spencer Platt/Getty Images

첫 번째 질문, ‘이익이 꾸준히 산출된다’고 알려진 중국 기업을 실제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영화에 처음 등장한 인물은 공매도 회사 ‘머디 워터스 캐피탈(Muddy Waters Capital)’의 설립자 카슨 블록(Carson Block)이다.

블록이 회사명을 ‘혼탁한 물’을 뜻하는 ‘머디 워터스(Muddy Waters)’로 지은 이유는 아주 흥미롭다. 이는 중국 사자성어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따온 표현으로, 혼탁한 물에서 고기를 잡기가 더 쉽다는 의미를 가진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블록은 당초 중국 ‘동방지업(東方紙業)’의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었다. 이 회사의 역합병을 중개한 미국 투자은행은 “동방지업은 중국 전역에 고급용지를 공급하는 제지 업체이고, 연간 매출이 1억 달러에 달한다”고 떠벌리며 미국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블록은 중국에 위치한 동방지업을 직접 찾아갔다. 그가 직접 목격한 기업의 규모는 형편없었다. 블록은 “공장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생산 설비 중 절반은 고장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블록은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투자가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주식 배당은커녕 원금조차 수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직후, 블록은 동방지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작해 인터넷에 발표했고, 이 회사의 주가는 곧바로 급락했다.

“투자자가 떠나자 불은 꺼졌다.”

영화의 주인공 댄 데이비드(Dan David)는 블록의 조사를 모델로 삼아 다른 미국 상장 중국 기업 ‘중국녹색농업’에 대해서도 현지에서 고용한 조사원을 통해 344일 간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회사 또한 약 1억 달러의 연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오랜 잠복 조사 끝에 해당 기업의 사업 규모는 회사가 소개했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내에 잠입한 조사원들은 해당 공장에 단 40여명의 직원이 있을 뿐이며, 트럭 운전사는 한 명밖에 없다고 전했다.

영화에서 보여준 명장면은 이렇다. 투자자가 도착하기 전에 공장의 등은 모두 꺼져 있었고, 캄캄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오기 직전, 공장의 등은 일제히 켜지고 멈춰 있던 분수대도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떠나자 공장 안의 모든 등과 분수대는 또다시 기능을 멈췄다.

무서운 것은 ‘중국공상총국(SAIC)’에 등록된 위와 같은 기업들의 규모가 실제로는 100억 달러라면, 미국에 진출하면 규모를 1000억 달러로 부풀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제공하는 허위정보와 거짓말을 감독할 방안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차이나 허슬’ 포스터, 왼쪽에 위치한 인물은 영화의 주인공이자 미국 금융시장의 유명한 공매도가인 댄 데이비드. | 토론토 영화제 주최측 제공

두 번째 질문, 중국 기업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이 중국에 있는가?

데이비드는 “외국의 수사팀을 동원하는 것은 중국에서 불법이며 감옥에 갈 위험이 있다”며 “만약 누군가가 문제를 지적해 정황이 발견되면 꼼짝없이 징역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데이비드의 마음이 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과거에 번영했던 고향이 현재 쇠퇴하고 있는 모습, 중국에서 2년 간의 옥살이를 하고 있는 동업자들의 모습을 목격한 데이비드는 ‘차이나 허슬’로 인해 미국과 미국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이익만 추구하던 사업가가 양심을 발견한 것이 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이다. 데이비드가 뉴욕 펜실베이니아 기차역에서 처음으로 로스스타인을 만났을 때, 그의 이야기는 이 유명한 감독의 흥미를 끌었다.

로스스타인 감독은 작품에 협력한 캐나다 국적의 중국계 조사원 황쿤 씨와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경제 기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로스스타인 감독은 이어 “이 중국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금융시스템의 공정화와 투명화를 위해 힘쓰고 싶어 한다”고 말하며,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바르지 못한 것은 바른 것을 이길 수 없으며 진실을 위해 자유를 잃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 황 씨의 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로스스타인 감독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표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 용사, 중국계 캐나다인 황쿤

중국계 캐나다인 황 씨는 영화에 출연해 자신이 중국에서 체포됐을 당시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밤 12시에 구치소에 잡혀 들어갔다. 사람들이 가득한 30㎡ 너비의 방에는 발을 들여놓을 공간조차 없었다”고 회술했다.

황 씨는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있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몹시 무서웠으며, 아무도 내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미국 헤지펀드 ‘에오스 펀드(EOS Funds)’의 의뢰를 받은 황 씨는 캐나다 기업 ‘실버콥 메탈(Silvercorp Metals)’이 중국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해지펀드는 황 씨가 보내온 조사 자료에 근거해 익명으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실버콥 메탈’이 중국에서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정황은 과장된 것”이라고 기술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황 씨는 베이징 공항에서 경찰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당국은 ‘국가 비방’을 이유로 들며 황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한때 큰 파문을 일으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역합병 수법을 통해 미국에서 우회 상장을 하던 중국회사들은 황 씨의 폭로로 인해 큰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 사태로 말미암아 중국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하는 열풍이 불었고, 더불어 미국 규제 당국의 고발조치가 고조됐다.

‘실버콥 메탈’의 미국 증시 주가는 그해 주당 16달러에서 주당 3.27달러로 폭락했다.

황 씨는 “나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결국 2년간 수감됐다. 나 자신과 가족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나, 나는 내가 올바른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출소한 황 씨는 캐나다로 돌아온 직후 ‘실버콥 메탈’을 법원에 고소했다. 그는 “‘실버콥 메탈’이 당시 중국 당국과 공모해 나를 체포하고 실형을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나는 중국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 중국에는 정의가 없지만 캐나다에는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속 황 씨의 처지는 데이비드의 양심을 자극했다. 건강이 상한 황 씨는 캐나다로 돌아온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데이비드는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 이러한 속임수와 속임수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황 씨가 진행한 조사 방식은 서방 기업의 그것과 흡사하다. 주식을 사들이거나 공매도하기 전, 투자 대상에 대한 전기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성실한 투자 조사로 유명한 황 씨의 헤지펀드는 조사 보고서를 펀드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Alfredlittle.com’에 익명으로 발표했다. 펀드 연구자들이 중국 당국의 보복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황 씨가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을 할 때 남긴 정보를 토대로 그를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중국 당국과 ‘실버콥 메탈’이 주가 폭락에 대한 ‘보복’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다큐멘터리 ‘차이나 허슬’은 포브스(Forbs) 의해 2018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사진은 미국 영화감독 제드 로스스타인. | Astrid Stawiarz/Getty Images

세 번째 질문, 선인과 악인, 속임수와 이익 추구의 경계는 무엇인가?

영화 주인공 데이비드가 ‘중국의 속임수’에 대한 진상을 밝혀 더 이상의 손실을 막으려 하자 일련의 저항이 발생했다. 중국 기업의 상장을 돕는 미국 증권사와 투자은행, 회계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 및 기업 변호사를 맡고 있는 변호사를 포함한 ‘세력’이 저항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저항은 영화 속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에도 동일한 압박을 가했다. ‘차이나 허슬’ 제작진은 맞고소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정리했으며, 영화에서 인용한 실례, 인물이 실제를 기반으로 한다는 근거를 확보했다.

또한, ‘세력’은 현재 미국 증권 당국이 중국 기업의 사기 행각을 단속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데이비드는 “이들 중국 기업들의 장부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는 미국 증권 당국의 감독 범위 안에 있지 않다” “역설적인 것은 해당 기업들의 만행이 중국 법률에 저촉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모두 미국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우회 상장에 성공한 중국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처럼 데이비드는 이 이야기 속에는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영화에 나온 장면이다. 2017년 6월 7일, 홍콩에 방문한 데이비드가 한 중국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할 것을 발표하자 국내외로부터 여러 매체가 현장을 찾았다. 데이비드는 그날 “중국 경제는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공매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5년간 중국은 이러한 사기 행위로 인해 단죄 받은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일부 CEO들과 투자은행들은 분명히 규율을 위반할 동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디 워터스 캐피탈의 카슨 블록은 “최근 중국산 사기 기업에 대한 소식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단지 사기 행위에 대한 폭로가 종전보다 증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블록은 이러한 일련의 사기 사건은 지금까지 존재해 왔으며, 다만 주의를 끌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허슬’은 현재 온라인 극장과 미국 일부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로스스타인 감독은 작품의 내용을 두고 “현재 미중 간 통상 마찰의 심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중 양국의 자국 시장과 법 체제의 차이에 대해 미국의 정부와 국민이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스타인 감독은 또한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국제적 규칙을 준수하며, 자유를 추구하는 나라가 되는 것은 중국 국민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세계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경제적으로) 미중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가운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