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6일 대관식, 신 앞에 엄숙한 ‘왕의 서약’

한동훈
2023년 05월 6일 오전 11:39 업데이트: 2023년 05월 6일 오후 8:37

영국 찰스 3세 국왕(75)의 대관식이 6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다.

대관식은 왕위에 올랐음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의식이다. 신 앞에 왕의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하는 엄숙한 종교적 의식인 동시에 화려한 축제가 결합된 행사다. 1000년간 이어진 전통과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격조와 위엄을 빛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에 열리는 대관식에 앞서 오전 10시 20분 버킹엄궁에서 출발한다. 마차를 탄 국왕과 왕비를 왕실 근위대와 기마병이 호위하는 이 대열은 ‘왕의 행렬’로 불리며 웨스터민스터 사원으로 향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066년 윌리엄 1세 국왕 대관식 이후 역대 영국 군주들(에드워드 5세와 8세 제외)의 대관식 장소로 이용돼 왔다. 찰스 3세는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르는 40번째 국왕이 된다.

이번 대관식은 ‘모두의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찰스 3세 국왕의 염원에 따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영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일반국민 1300명이 초청됐다.

전체 초청객은 약 2200명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의 4분의 1 수준이며, 국가 지도자급 인사 100명을 포함해 세계 203개국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하며 한국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1000년의 세월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대관식은 승인-서약-성유의식-왕관수여식-즉위 순으로 진행된다.

대주교가 찰스 3세를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왕”으로 선포하면, 참석자들은 “신이시여, 왕을 구하소서”라고 외치며 경의를 표한다. 이어 찰스 3세는 성경에 손을 얹고 즉위 서약을 한다. 신 앞에 국왕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다할 것인지 맹세하는 절차다.

서약을 마친 국왕이 예복을 벗고 대관식 의자에 앉으면 성유의식이 이어진다. 대주교는 성유를 국왕의 머리, 가슴, 손에 십자가 모양으로 붓는다. 성유로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감람산에서 수확한 올리브로 만들어진 올리브유가 쓰인다.

성유의식은 군주의 영적 지위를 강조하는 거룩한 절차로 여겨져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대관식 의자 주변에 장막이 설치되며 참석자들에게 비공개로 치러진다.

다음으로 왕관수여식이 진행된다. 먼저 왕권의 상징물(레갈리아)이 주어지고 이어 대주교가 국왕의 머리에 ‘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준다. 이 왕관은 영국 왕이 평생 대관식 때 단 한 차례만 착용한다.

즉위와 함께 대관식이 끝나면 국왕 부부는 웨스터민스터 사원까지 왔던 길을 따라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되돌아간다. 찰스 3세 부부가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대중을 향해 인사하는 것으로 모든 행사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