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국계 자본에 팔린 반도체 기업 되찾나…인수계약 심사

강우찬
2022년 06월 9일 오후 2:55 업데이트: 2022년 06월 9일 오후 3:07

영국 정부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간 자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수 거래를 조사 중이다.

CNBC 등은 영국이 ‘국가보안법’에 따라 자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 뉴포트웨이퍼팹(NWF)의 인수거래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6월 중 나올 예정이다.

NWF는 작년 7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에 인수됐다. 넥스페리아는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지만, 중국 기업 윙테크(聞泰科技·원타이과기)가 회사 지분 98.2%를 소유하고 있다.

윙테크는 화웨이, 레오버, 샤오미 등의 모바일 단말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중국 정부 자금이 화웨이 등을 통해 윙테크, NWF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도 윙테크는 중국 정부와의 연계가 확인됐다. 중국 기업정보에 특화된 네덜란드 기업 다테나(Datenna)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윙테크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장쑤성과 윈난성의 정부 출자 회사가 각각 지분 9.76%, 5.67%를 갖고 있다.

NWF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간 직후 보인 행보 역시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인수 마무리 단계에서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과 체결했던 공급 계약을 중단했다. 회사 인수 시 거래 중단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남은 계약기간 공급 가능한 물량 등을 사전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 스타트업 측에 따르면, NWF는 아무런 안내 없이 전화 한 통화로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는 게 CNBC의 보도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NWF 인수 전부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겼으나, 고심 끝에 인수를 승인했다. 이번에 사후 대처에 나선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정부가 조사에 나서면서 인수거래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주런던 미국대사관 외교관이 ‘NWF를 되찾으면 향후 영국이 전기차(EV)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지난 수 주간 영국 당국자들을 설득해왔다고 전했다.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도 가장 공급이 부족한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다. NWF의 주력 생산 분야는 자동차용 실리콘 칩이며, 지름 200mm 웨이퍼 월 3만5천 장 이상 생산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현지언론들은 윙테크의 NWF 인수 전망을 보도하면서 계약이 성사되면 윙테크가 자동차 산업에서 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영국 ‘국가안보투자법’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올해 1월 시행된 이 법은 작년 4월 제정됐으며, 국가안보와 관련된 17개 분야에서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정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