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홍콩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 망명 승인

류지윤
2021년 04월 8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1년 04월 8일 오후 2:28

홍콩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대표적 민주화 인사 중 한 명인 네이선 로(羅冠聰·28)의 정치적 망명을 영국 정부가 허용했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은 이날 로의 망명 신청을 공식 승인했다. 작년 6월말 홍콩을 떠나 영국에 도착한 뒤 계속 체류하던 로는 지난 12월 영국에 공식으로 망명 신청을 낸 바 있다.

로는 지난 2014년 조슈아 웡 등과 함께 홍콩 행정부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민주화 시위(우산혁명)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2016년 입법회 선거에 출마, 당선되면서 제도권 내에서의 활동을 꿈꿨지만, 홍콩 기본법에서 규정한 의원선서를 거부한 것을 빌미로 의원 자격이 박탈됐다. 의원선서에서는 공산당에 충성 맹세를 요구한다.

로는 이후 송환법 반대 등 꾸준한 민주화 활동을 벌여왔으나, 작년 6월말 중국 공산당이 홍콩 입법회를 우회해 본토에서 홍콩판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키며 민주화 인사에 대한 대대적 숙청을 예고하자 홍콩을 떠났다.

로는 작년 12월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성명을 통해, “홍콩을 탈출했을 때 보안을 걱정해 행방을 밝히지 않았다”며 영국을 택한 이유로 “중국 공산당의 유럽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은 그들이 벌이는 활동의 대상을 중국이나 중국 정부가 아닌 ‘중국 공산당’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국가를 향한 반체제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정당을 향한 정당한 선택 활동임을 시사하는 표현이다.

로는 영국 망명 신청을 알리는 성명에서 미국의 대중 포위망 구축에 맞서, 유럽을 향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내세워 접근을 시도하며 민주주의 체제 침투를 노리는 중국 공산당의 의도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그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서방의 전략적 동반자 혹은 민주주의 세계의 한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과 유럽연합도 미국처럼 중국을 가장 큰 적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접근법을 택하는 초당적인 합의를 본보기로 삼아 일정한 합의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 공산당의 홍콩법 국가안전법 강행을 ‘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해온 서방 국가의 하나다.

이후 중국 공산당이 홍콩인들에 대한 억압적 움직임을 보이자, 국은 8일 홍콩 이주민의 취업과 주거,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5천900만 달러(66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