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영국 이어 호주 퇴역 공군 조종사도 교관 채용 의혹

최창근
2022년 10월 20일 오후 2:48 업데이트: 2022년 10월 20일 오후 3:27

영국 공군 퇴역 조종사 일부가 한화 4억 원 전후의 거액을 받고 중국 인민해방군 교관으로 ‘스카우트’된 데 이어 호주에서도 유사 의혹이 제기됐다.

10월 19일,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SMH)는 “리처드 말스 호주 연방 국방부 장관이 ‘중국이 호주군 퇴역 전투기 조종사들을 거액의 돈으로 유인하여 해외에서 훈련 교관으로 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방부 차원에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영국 정부는 자국 퇴역 전투기 조종사 약 30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모 항공학교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훈련을 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PLA)을 위해 일하는 영국인을 막고 처벌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영방송 BBC 등 영국 매체 보도에 의하면 이들 영국 퇴역 장교들이 고액 보수를 받고 중국군에 전투기 조종술, 전술 훈련 등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항공학교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위한 교관 채용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수행했으며, 영국 조종사들에게 제안된 연봉은 25만 파운드(4억 원) 전후이다.

영국 사례 보도 후 호주 연방 정부도 자국(自國) 퇴역 조종사들이 중국 공군 훈련 교관으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보도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연방 국방부 장관. | AFP via Getty Images.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호주방위군(ADF)은 입대 시 국가를 위해 충성 서약을 한다. 퇴역 호주 군인이 돈을 빌미로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

호주 제1야당 자유당의 피터 더튼 대표는 “호주 군사 기밀과 기술이 외국, 특히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촉구했다. 그는 “현역 군인은 물론 퇴역 군인도 외국에 군사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호주 실정법상 퇴역 군인이 다른 국가에 고용돼 일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피터 더튼은 호주 정계의 대표적인 반중(反中) 강경파로서 지난 스콧 모리슨 내각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자유당의 총선 패배 후 2022년 5월 당 대표에 취임한 그는 앞서 “집권 노동당이 중국에 맞서기엔 너무 약하다.”고 비판하며 “호주가 인도·태평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쟁 준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호주는 ‘영연방(Commonwealth)’의 일원이다. 동시에 1951년 미국, 뉴질랜드와 더불어 ‘ANZUS’라 부르는 ‘태평양안전보장조약(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을 체결하여 미국과도 긴밀한 군사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1021년 창설된 호주 공군은 미국 항공모함 함재기인 보잉의 F/A-18 호넷(Hornet) E/F형 24기, 미국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A 48기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호주 공군 퇴역 조종사를 교관으로 채용하여 자국 조종사들을 훈련시킨다면 미국이 운용 중인 최신 전투기 조종법과 전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