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집권 시도 VS 선거 투명성 보장…미 HR1 법안 논쟁 치열

하석원
2021년 03월 6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1년 03월 6일 오후 5:49

미 선거개혁법 HR.1, 민주당 주도로 하원 통과
카운티 단위로 치르던 선거에 연방의회가 직접 개입

미국 민주당이 통과시킨 ‘하원 법안 1호’(HR.1)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구집권을 노린 선거법 개정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하원은 지난 3일(현지시각) 그동안 핵심 입법 과제로 꼽았던 선거개혁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0 대 반대 210으로 통과시켰다. 아직 상원 표결 절차가 남았다.

이날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은 단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버니 톰슨 의원(미시시피주)이 반대했다.

이 법안은 유권자 명단을 자동으로 만들고, 명단에 오른 유권자를 쉽게 제거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모든 주에서 2주간의 조기투표를 시행하고 부재자 투표 접근성을 확대하도록 했다.

아울러 중범죄로 선고받은 이들, 심지어 선거사기로 형을 받은 사람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권을 복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민주당이 이 법안에 붙인 별칭은 ‘국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이지만, 반대 측에서는 ‘우편투표 못 박기 법안’이라고 지적한다.

공화당이 각 주의회(지방의회)에서 우편투표를 제한하고 유권자 신원 확인을 더 철저하게 하는 법안을 도입하려 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한발 앞서서 이번 HR.1 법안으로 이를 저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표결 전 발언에서 “이것은 국민을 위한 법안으로 불린다”며 “특별한 이해관계를 지닌 거액의 검은 자금과 맞서 미국 국민의 목소리를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유권자 기부금의 6배를 추가 지원하는 조항을 가리킨다. 예컨대 한 유권자가 A후보에게 200달러를 기부하면, 공공기금에서 그 6배인 1200달러를 지원하도록 했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은 공공기금 소진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이 법안은 공공기금을 도로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아니라 정치 선거캠프에 준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이 법이 부정선거와 불법투표를 부추기는 요소를 대폭 담고 있어 오히려 선거 투명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법안은 자동차 등록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유권자 명단을 자동으로 만들도록 했는데, 이 경우 미성년자나 사망자, 불법체류자가 그대로 명단에 실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동일한 유권자가 중복될 수도 있다.

또한 법안에서는 자동 등록된 모든 유권자에게 우편투표용지를 발송하며, 유권자가 사전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투표 당일 투표소에서 쉽게 현장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우편투표용지 대리 등록, 대리 수령 등 이른바 ‘투표용지 수확’을 더 쉽게 만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공화당이 주의회 다수당인 주는 약 30개다.

작년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우편투표 확대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공화당이 우편투표를 제한할 경우 민주당의 차기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반면 민주당이 우편투표 확대 제도화에 성공하면, 지난 선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향후 선거에서도 계속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HR.1 법안이 민주당의 영구집권 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