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은 물러가라” 1000만명 거리로…카자흐스탄 대규모 시위

하석원
2022년 01월 6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58

새해 초 2배 폭등한 LPG 가격이 직접적 계기
공산당 서기장 출신 전 대통령 장기집권 불만 폭발

지난 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에서 구소련 붕괴 후 최대 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정부는 수도 누르술탄 등 일부 도시에 2주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규모 집회를 금지했지만, 성난 시위대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전날 내각이 총사퇴하며 책임을 인정했지만, 카자흐스탄 전국에서 엄청난 인파가 거리로 나와 항의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市에서 경찰이 수천 명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를 발사했지만 시청 진입을 저지하지는 못했으며, 시위대가 대통령 관저와 검찰 청사로 옮겨다니며 불을 질렀고 “영감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영감은 물러가라”는 지난 2020년까지 30여 년간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반대 구호다. 영감은 올해 82세인 나자르바예프를 가리킨다.

구 소련 연방 소속시절, 카자흐스탄 공산당 제1서기로 군림했던 나자르바예프는 소련에서 독립한 후 1991년 치러진 첫 대선에서 98.9%의 득표율로 초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이후 연거푸 대선에서 승리했고, 의회는 지난 2010년 헌법을 개정해 20년간 집권한 그의 임기를 2020년까지 10년 더 연장했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2022.1.4 | RUSLAN PRYANIKOV/AFP via Getty Images/연합

반전은 2019년에 일어났다. 임기를 남겨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한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모두 내려놓진 않았다. 그는 집권여당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의원 공천권을 장악했고, 카심조마르트 토가예프 후임 대통령 막후의 상왕으로 군림했다.

이번 시위는 새해 첫날 시작된 정부의 가격 상한제 폐지로 챠량용 LPG 가격이 단 하루 만에 2배 폭등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알마티 시위대는 이날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조각상의 목과 다리에 밧줄을 매달고 당겨 쓰러뜨리며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신호를 차단하고 유명 언론인을 구속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억누르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로 경찰 최소 8명이 숨지는 등 유혈 충돌이 발생했지만, 경찰 일부는 오히려 시위대 편에 서는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목격됐다.

영국 위험분석가 알렉스 코크차로프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카자흐스탄 경찰들이 대열을 이탈해 시위자 편에 서자 시위자들이 반갑게 얼싸안는 모습이 담겼다.

벨기에 변호사 보타 자드말리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카자흐스탄 서부 도시인 아티라우市의 경찰들이 시위대에 투항하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이들을 반겼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영상의 진실성을 검증하지 못했다.

토카예프 현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범죄라며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이번 시위 참여인원을 1900만 명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