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모습 감춘 中 수뇌부, 베이다이허 ‘비밀회의’에 촉각

강우찬
2022년 08월 10일 오후 2:09 업데이트: 2022년 08월 10일 오후 3:18

중국 공산당(중공) 전·현직 고위층의 집단휴가 겸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의는 매년 열리지만,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데다 미·일·대만과의 긴장이 한층 고조돼 중공 수뇌부가 내놓을 답안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미 RFA 중문판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허베이성의 베이다이허 진입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며 회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 등 중공의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은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진행한 중공 인민해방군 창건일(8월 1일) 기념 리셉션 이후 방송 화면과 언론 보도사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중국 현지에는 베이다이허 인근 경비 병력이 대거 증대됐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검역 역시 강화돼 피서객이나 주민 통행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FA에 따르면 시사평론가 주하이칭은 ‘미-중, 중-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대만 통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새로운 의제로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고 지도자(시 주석)의 연임 문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 짓고, 글로벌 세력의 중국 포위 등 국제 정세와 대만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결정이 끝나야 대만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공은 지난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전후해 미국과 대만을 상대로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나고 하루 뒤인 4일부터는 실탄사격을 포함해 대만을 둘러싼 형태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중공 인민해방군은 또한 6일부터 한반도 서해 남부와 보하이만(발해만) 해역에서도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주하이칭은 “해방군이 보하이만에서 훈련한다는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음을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7일 자 기사에서 현재 중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 “올해 들어 국제 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국내에서는 전염병 발생과 확산이 빈번하며, 부정적 영향이 심각해지고, 경제발전이 순조롭지 않은 등 예상 밖 변수들로 엄중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어 “시 주석을 당 중앙의 핵심으로 삼아 형세를 살피고 전체 국면을 도모하며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신화통신의 기사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맞아 시 주석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으로 베이다이허 회의의 전반적인 기조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바꿔 말하면 베이다이허에서 나올 잡음을 사전에 억누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RFA는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를 인용해 “최근 미·중 관계와 대만해협 위기 수습에 관해 당내 이견 혹은 원로층의 문제 제기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베이다이허 회의는 비공식·비공개 회의다. 중공 당국은 이 회의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므로 내부 소식통이나 일부 관영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으로 그 전모를 추측할 뿐이다.

한편, 이 연구자는 시 주석 집권 이후 베이다이허 회의가 유명무실해져 논의 내용에 관한 추측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시 주석)는 원로층을 포함해 다른 동지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제 회의는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알려주는, 지시를 전달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1953년 시작된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공 지도부가 휴가를 함께 보내며 업무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거나 중요한 회의를 여는 자리로 굳어졌다. 문화대혁명 때 잠시 중단됐다가 1984년 재개됐으며 이듬해부터 퇴임한 원로들이 고문위원으로 참여해 각종 정책이나 고위직 인사에 조언하는 형태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 주석 집권 이후 원로들의 조언이 더는 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