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기업들, 백신 접종 의무화로 고용 어려움 호소”

잭 필립스
2021년 10월 24일 오전 9:44 업데이트: 2021년 10월 24일 오전 11:39

미국에서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구인난이 심각한 가운데,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정책이 고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경기 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Beige Book)’에서 “백신 의무화가 고용에 타격을 입히고 노동력 공급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0인 이상 직원을 고용한 모든 민간기업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 시행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지만, 연준 베이지북에 따르면 고용난은 이미 그전부터 심화됐다.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했던 미국의 고용은 지난 몇 주간 중간 정도의 회복률을 보이나, 노동력 공급의 감소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연준 베이지북의 내용이다.

베이지북 요약본에서는 “운송 및 기술기업은 특히 노동력 공급이 적은 반면 소매, 접대, 제조기업은 노동력이 충분하지 않아 조업 시간이나 생산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장인들의 업종 전환, 퇴직 등으로 이직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육아와 백신 접종 의무화 등 코로나19 관련 결근이 한 요인으로 널리 언급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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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 직원 등이 보잉사 본사 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항의하고 있다. 2021. 10. 15 | 로이터/연합

백신 접종 의무화에 따른 해고나 퇴사는 지역마다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은 해고나 퇴사가 거의 없었다고 보고했지만, 애틀랜타 연준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할 경우 근로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타 연은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고용주는 COVID-19 백신 의무화를 시행하고 싶지만 직원들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백신 의무화로 직원들의 정신건강, 피로감, 안전, 회사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밝혔다.

보스턴 연은에 따르면 “제조업계에서는 코로나19 봉쇄로 노동력 이직률이 높아졌다고 보고했으며, 일부는 백신 접종 의무화가 원인”이라고 전했다.

토마크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몇몇 고용주들은 백신 의무 등 연방정부의 코로나 규제가 노동력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과 고용 유지를 위해 초봉과 임금을 인상하면서 평균 임금이 적절하게 올랐다”고 밝혔다.

미 노동부의 가장 최근 집계에 따르면, 약 430만 명의 근로자들이 8월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이 수치는 2000년 12월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백신 접종 의무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100인 이상 사업장을 보유한 민간기업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시행을 발표하면서 의료보험(노인 및 빈곤층 의료보장, 메디케이드·메디케어) 지원 시설에 고용된 계약업체와 근로자, 의료진에 대해서도 이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 여파로 미국 내 주요 항공사와 의료 회사 등 대기업들이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거나 강화했다.

다만, 1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백신 의무화 조치를 언제부터 시행하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 근로자에게 어떤 제재가 가해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