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배 아파트값, ‘사회주의’ 중공은 왜 못 잡나

류정엽 객원기자
2022년 01월 16일 오후 6:20 업데이트: 2022년 06월 3일 오후 3:23

WSJ “남자 3천만명 많은 성비 불균형도 한 요인”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는 주택 가격을 억제하고 내수 촉진을 유도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의존도를 바짝 줄이고자 시도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21년 12월 중공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안정 속 발전’이라는 주제로 ‘내수 확대’ 및 ‘민생 보장’을 올해 경제 방향으로 삼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거 문제에 대해 보장형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구매자들의 합리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분양주택 시장을 형성해 부동산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은 투기용이 아닌 주거용이라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중공)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이러한 원인 중 흥미로운 ‘퍼즐’ 하나를 발견했다”며 남성 인구가 여성 인구보다 많은 성비 불균형, 이른바 ‘남초 현상’을 꼽았다.

WSJ에 따르면, 중공 체제하의 중국에서 남초 현상은 “미묘하고 강력한 방식으로 경제를 왜곡”하는 한 요인이다.

중공은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산아제한 정책인 이른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해왔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과 맞물리면서 성비 불균형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성비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뤘지만 2010년을 전후로 급격히 기울어졌다.

2021년 5월 중공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신부를 찾지 못한 중국 남성이 3천만명을 넘어섰다. 작년 10월 발표된 인구통계 기준 인구 14억1천178만명 중 남성 51.24%, 여성 48.76%로 여성 1명당 남성 1.05명이지만, 0~14세 인구만 따지면 1.17명, 15~24세는 1.14로 불균형이 심하다.

이에 지난 수년간 전문가들은 미혼 남성의 고독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성비 불균형이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결혼할 때, 남성이 주택을 마련한다. 결혼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구매에 결혼 경쟁이 개입되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웨이샹진( 魏尚進)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남녀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보다 인구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도시일수록 중국에서 주택 가격이 월등히 더 높게 나타났다.

이 분석에서는 남초현상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 상승의 30% 이상을 차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 경제학자들이 2011년과 2013년 자료를 사용해 2020년 발표한 학술지에서는 성비 불균형이 심한 지역에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들이 주택을 취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결혼 경쟁을 위해 주택을 구매하고, 이는 비합리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중국 도시의 주택 가격은 30%에서 48% 상승했다.

WSJ은 “중국의 전통에 따라 젊은 남성과 그 가족이 결혼을 위해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압박은 중국의 높은 가계 저축률과 낮은 소비 수준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여성 근로자를 줄곧 과소평가하는 노동 시장과 결합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구인·구직 전문업체 보스즈핀(BOSS直聘)은 2020년 중국 도시지역 여성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6478위안(약 121만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성 근로자의 75.9%에 해당한다.

미국의 경우, 여성 근로자는 남성 근로자의 중위 소득의 약 82%를 차지한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전체 회원국의 평균치는 87.5%로 나타났다.

WSJ은 중국 전체 인구에서 남성과 아들이 있는 가족이 지나치게 대표되고,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며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 저축해야 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중국 전체가 상당한 돈을 저축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최근 들어 취약해진 사회 안전망, 광범위한 금융 억압으로 인해 이자 소득을 노린 저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동산은 공산당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분야다. 기본적으로 토지는 국가소유이며, 건축 인허가를 비롯해 분양 가격까지 중공 당국이 결정한다.

중공은 1998년 주택 매매를 허용하는 상품방(商品房) 제도를 실시했다. 그 전만 해도 주택은 그저 배급하는 공공재 수준에 불과했다. 상품방 실시 이후 주택은 투기 상품으로 변질됐다.

지난해 9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 아파트 가격은 주민 평균 연봉의 57배, 베이징시는 55배에 달한다고 전한 바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중국 남성들은 결혼하기 위해 아파트 마련에 부심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중공 당국이 내리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너무 싼 가격에 부동산이 나오면 투기를 조장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시장경제 일부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이뤄지는 중국에서 주택 가격 하락을 중공 당국이 막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중국의 계속되는 신용 정책 강화와 부동산 세금 촉진으로 주택 수요가 억제되면서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내놓은 정책이 ‘부동산 할인 제한령(限跌令)’인 것이다.

사실상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내 많은 도시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개발업자들이 도급업자에게 부동산으로 대금을 치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들은 서둘러 부동산을 팔아치우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할인 제한령은 작년 최소 20개 도시에서 실시됐다. 작년 10월 저장성 후저우(湖州) 당국은 “부동산 업체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판매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쓰촨성 청두(成都)는 작년 11월 부동산 개발업자와 주택 구매자를 위한 금융 수단을 제공하며, 금융기관의 대출 제한을 완화하고 대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요 개발업자에게는 상환을 연기하거나 더 낮은 이자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

톈진(天津) 역시 같은 달 부동산 업체에 가격 인하를 제한하라고 지시했고, 난징(南京)도 건설사에 가격 인하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2년 중국 경제가 도전한 문제로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내수 소비 시장의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과 함께 경제 성장 전망에 중점을 두는 부분 중의 하나다. 미국 CNBC는 지난해 12월 30일 “중국인의 노동과 소득의 불안정이 사람들의 소비 의지를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공 해관총서는 “새해 들어 무역 불확실성, 불안정,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는 수요 감소와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3중 압박을 받고 있다”며 “세계 코로나 대유행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며,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공 국가주석은 지난해 8월 “집은 ‘주거’를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앞세웠다.

그러면서 부동산세 도입 방침을 밝혔다. 한국의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에 해당하는 세금이다. 보유 주택의 재산 가치에 맞춰 매년 보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치솟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부자 증세인 셈이다.

그러나 WSJ이 지난 10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내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세금을 못 내겠다는 반응이 많다는 것이다. 공산당이라면 무조건 찬성해야 할 것 같은 부자 증세 방안을 당원들조차 반대한다는 것은 왜곡된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투기’와 ‘주거’의 개념도 여느 국가와는 다르다. 한 소식통은 “1주택자가 싼값에 부동산을 매입해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얻으면 이는 중공 입장에서 ‘투기’다. 하지만,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부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더라도 임대용으로 내놓으면 이는 ‘주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공은 소시민들이 주택 거래를 통해 재산을 형성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고, 주택 가격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 보유세를 도입해 세금을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사회에 새로 진출하는 중국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높다 보니 내집 마련이나 결혼의 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빚더미에 허덕이는 지방정부의 텅 빈 재정을 메꾸기 위해 세수 증대에만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중공 정부가 주택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