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주한 중국대사 列傳⑨] 거침없는 언행으로 연일 구설수…제8대 싱하이밍 대사

최창근
2021년 10월 1일 오후 9:07 업데이트: 2024년 01월 20일 오후 10:52

韓 대권주자 발언에 공개 반박, 내정간섭 논란 일으켜

제8대 주대한민국 중화인민공화국 특명전권대사 싱하이밍(邢海明)은 1964년 중국 톈진(天津)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졸업 후 유학길에 올라 북한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전 사리원농업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대학과 더불어 중국의 북한 전문가 양성 코스 중 하나였다.

1986년 대학 졸업 후 국무원 외교부 아주사(亞洲司)에 입부하여 1988년까지 근무했고, 1988~91년 주북한 중국대사관 직원으로 근무했다. 1991년 본부로 복귀하여 아주사 조선처 3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조선처 부처장(과장보좌)·처장(과장)은 훗날 제3대 주한 대사를 역임하는 리빈(李濱)이었다.

싱하이밍은 1992년 한중 수교 후 서울로 발령 나 주한국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1995년까지 일했고, 1995년 외교부 본부 아주사로 돌아와 조선처(한반도 담당과) 3등 서기관, 2등 서기관 부처장(과장 보좌), 처장으로 차례로 승진하며 2003년까지 근무했다. 2003년 주한국대사관 참찬(參贊·참사관)으로 서울로 부임하여 2006년까지 일했고, 2006년 공사참사관으로 승진하여 평양에서 근무했다.

2011년 외교부 아주사 참사관으로 복귀하였고, 부사장(부국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싱하이밍은 첫 재외공관장으로 임명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주재 대사로 부임하여 2019년까지 4년 재임했다. 그러다 2020년 1월 주한국대사로 임명되어 3번째 서울로 발령 났다.

북한 유학파, 남북한 번갈아 근무한 한반도통이지만, 임명 시 ‘격’ 논란

싱하이밍의 임명을 두고 다시금 ‘격(格)’ 논란이 재연됐다. 국장급으로 한국에 부임했던 전임자들에 비하여 ‘부국장급’으로 다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싱하이밍의 외교부 내 서열은 슝보(熊波) 주베트남대사와 비슷한 정도였다. 외교부 입부 순서에서는 슝보 대사가 싱하이밍보다 앞섰다. 이를 두고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은 의전서열에 매우 민감한데, 대사 서열은 중국이 상대국에 부여하는 외교적 중요도다. 한국은 지금 베트남에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한국 주재 4강 대사와 비교해도 싱하이밍의 비중은 떨어졌다.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Harry Binkley Harris)는 미 해군 핵심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지낸 4성 제독 출신이었다. 싱하이밍 보다 앞서 임명된 도미타 고지(冨田浩司) 일본대사는 주미국 공사·외무성 북미국장·주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했다. 2018년 부임한 안드레이 보리소비치 쿨릭(Andrey Borisovich Kulik) 러시아 대사도 외무부 아주1국장 출신이었다.

2019년 11월, 싱하이밍이 차기 주한대사로 내정돼 아그레망(agreement·주재국 외교사절 파견 동의 절차)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한국 조야(朝野)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엇갈렸다. 싱하이밍이 ‘서울말’과 ‘평양말’을 구분해서 사용할 정도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했고, 지난 두 차례 한국 근무를 통하여 폭넓은 인맥을 구축한 지한파라는 점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반면 지난날 거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점을 들어 우려도 적지 않았다. 조선말 ‘감국대신(監國大臣)’으로서 월권과 전횡을 일삼았던 위안스카이(袁世凱)와 겹쳐진다는 시각도 있었다.

싱하이밍은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던 2010년 5월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중국대사에게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자, 한국어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고 들이받았다. 참사관이던 2004년 5월에는 ‘대만 독립론자’인 천수이볜 대만 총통 취임식 참석 의사를 밝힌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압적으로 불참을 종용한 적도 있었다.

환영과 우려의 시선 속에서 싱하이밍은 2020년 1월 30일, 서울에 부임했다. 2019년 연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 우한(武漢)발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국도 비상사태였다. 2월 4일, 싱하이밍은 명동 주한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국 정부가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기증한 코로나19 방호 물자 | 바이두

그는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하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인민들의 생명과 보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 여러 차례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며 자국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가장 전면적이고 엄격한 방역 조치를 취했고 많은 조치들이 ‘국제보건규칙’ 요구보다 더 강력했으며 이를 통해 감염증의 확산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면서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이며 명실상부한 운명공동체이다”라고 밝혔다.

2020년 2월 4일, 한국 정부의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전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친구들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실제 상황에 맞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과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답하여 한국 정부의 조치에 간접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한국은 운명 공동체라는 중국 대사의 호소는 공허하다”고 비판했다.

주재국 국가원수에게 신임장 제정 절차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을 두고는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싱하이밍보다 두 달 앞서 한국에 입국한 도미타 고지 일본 대사는 “신임장 제정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론 인터뷰를 자제하는 형편이었다.

신임장 제정 전 코로나 19 관련 인터뷰 개최, 외교 결례

‘외교 결례’ 논란에 대하여 싱하이밍은 2월 6일, 김건 외교부 차관보를 예방한 자리에서 “제가 상대국 주재 대사로서 그 나라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저는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대사이다. 그렇게 믿어줬으면 고맙겠다”고 해명했다.

2월 7일, 싱하이밍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입국 8일, 논란을 빚은 기자회견 3일 후였다. 이를 두고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 19 확산으로 대중국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싱하이밍의 공개 활동에 비판 여론이 생기자 제정식을 서둘러 진행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같은 날 신임장을 제정한 도미타 고지 일본 대사는 12월 3일 입국하여 2개월째 신임장 제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해리 해리스(Harry Binkley Harris) 미국 대사도 입국 18일 후에 신임장을 제정한 전례에 비춰 봐도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었다.

대사 부임 후 싱하이밍은 광폭 행보를 했다. 언론 기고문을 통하여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춘절(春節·중국 설)을 맞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기고한 ‘이웃 간의 우정, 친구 간의 의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2월 3일 ‘중국의 어려움이 곧 한국의 어려움’이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본인의 신임장 제정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웃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을 돕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시진핑 주석의 지도 하에 중국 국민들은 반드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더 큰 발전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말하며 중국발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 한중간 우의를 강조했다.

국내 한 대학 강연 중 홍콩 국가안전법은 홍콩시민의 권리를 더 보호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 의정부시 제공/연합

홍콩 국가안전법 시위 관련해서도 한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5월 24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화상 인터뷰에서 싱하이밍은 “한중 양국은 전통적으로 핵심 사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온 우호국이다. 홍콩 문제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에 법안 제정 배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하며 한국이 이해와 지지를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안보정책에 대한 ‘훈수’도 빠뜨리지 않았다. 2020년 6월,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위협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은 일관되며 명확하다”고 밝혔다. 사드 자체를 퇴출하라는 요구였다.

중국 공산당원인 싱하이밍은 한중 정당 간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0년 11월 3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한 싱하이밍은 “정당 간 교류는 양국 관계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심화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나가며 적극적인 기여를 하겠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과 중국 공산당 간 정당교류를 더 원활하게 하기로 합의했다. 싱하이밍 대사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해달라고 했고, 저도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한국에 오시면 모시고 싶다”고 화답했다.

시진핑 방한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8월 31일, ‘국민일보’ 회견에서 “시 주석이 최대한 빨리 방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촉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후에도 싱하이밍은 ‘시진핑 방한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으나, 2021년 10월 현재까지 실현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이른바 ‘문화공정’에 대해서도 자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2021년 4월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싱하이밍은 한복·김치·BTS 등 문화 마찰이 자꾸 보도되는 상황에 대하여 진행자가 질문하자 “역사나 문화와 관련된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서 호소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그중 일부는 언론에 의해 과장해서 조작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건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의 쓰촨 ‘파오차이’와 한국의 김치는 다른 것인데 언론이 번역을 통해서 중국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하여 김치 종주국 논쟁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 TBS 화면 캡처

싱하이밍의 언행은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1년 5월, 한미정상 회담 공동성명 발표 후인 5월 24일, 싱하이밍은 대만 문제 등을 언급한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하여 “아쉽게 봤다”고 말했다.

덧붙여 “중국이란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인데 그것도 나왔고, 남중국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유 통행은 다 보장되고 중국하고 주변국 문제이다. 미국은 사실 모든 힘을 동원해서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하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다”고 발언했다.

싱하이밍의 언행은 논란 수준을 넘어 설화(舌禍)가 되기도 했다. 2021년 7월 1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7월 16일, 싱하이밍은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하여 “중국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존중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 아주 가까운 이웃인 양국은 평화적이며 호혜 협력할 충분한 이유와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중관계는 결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고, 양국 관계의 발전은 다른 요소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치적 상호신뢰를 한층 더 강화하고 더욱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터뷰에선 중국 레이더를 언급했는데, 이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며 사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천하의 대세는 따라야 창성하다는 말이 있다. 중국은 이미 5억명에 가까운 중산층 인구를 가지고 있고, 향후 10년간 22조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할 계획이다”며 한국이 중국을 따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발언에 공개 반박, 내정간섭 논란

한국 외교부는 17일 “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양국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도 재확인했다. 싱하이밍을 초치하여 항의하는 등의 대응은 없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본국 지시 없이 개인적인 주장을 기고하는 행동과 주재국에 대한 내정 간섭적 발언을 하는 것은 금기이다. 주재국이 만약 인류 보편적 가치나 평화를 훼손할 경우에나 예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재국의 전직 대사나 주재국에 애정을 가진 장관을 활용하는 선을 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성현 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 언론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며 “싱하이밍의 기고문은 외교활동의 일부이고 중국 정부의 의중을 100% 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