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두고 갑론을박…국회서 대안 논의

이윤정
2022년 04월 5일 오후 7:51 업데이트: 2022년 04월 5일 오후 7:51

찬성 측 “여가부 명칭보다 ‘일 잘하는 조직’ 필요”
반대 측 “타 부처로 기능 이관 시 비효율 초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실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4월 5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를 열었다.

윤상현 의원은 “기존 여성가족부가 해왔던 가족 정책, 양성평등 정책은 중요한 갈림길에 접어들고 있다”며 “토론회를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 이후 대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여가부 폐지를 앞두고 있어 대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여가부 폐지 이후에도 저출산, 영유아 보육, 청소년·여성·노인·가족 문제 등 여가부가 해왔던 업무를 꾸준히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현재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가족부’를 만들어 청소년·가족 업무를 이관하고 일부 업무는 법무부와 협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대통령실 민관협력위원회 중 하나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성평등 추진을 위한 독립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독립 부처의 존재 여부와 정책 성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분야와 분리된 양성평등·가족정책·권익보호 등은 성과에 한계가 있다”며 “복지, 노동, 출생, 가족 등이 종합된 정책 프레임 속 여성정책과 양성평등 추진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라는 명칭에 매달리기보다는 ‘일 잘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익집단 정치와 관료 이익의 연합’을 여가부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여가부가 여성 관련 시민단체, 여성정책연구원, 양성평등교육원 등 유관기관의 이익과 결부되면서 수많은 여성 관련 이익집단 먹여 살리기, 여성단체 리더들의 정계 진출, 장·차관 등 자리 확보를 위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가부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자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학교밖청소년·범죄피해자 지원업무에 있어서 비효율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여성본부 고문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인권만 생각하고 가부장주의 타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어느 경우에도 양성평등을 기조로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부서를 신설할 경우 성평등정책은 성평등위원회에서 담당하는 대신 인구정책이나 자살 방지, 아동학대 방지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젠다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자살률 1위’에 주목하며 “인구 감소 문제는 여성 출산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들부터 아픔을 극복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월 5일 오전 국회의원 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토론회가 열렸다. | 이시형/에포크타임스

반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위원회 형태로 편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1998년 여성특위를 이미 경험한 바 있고 위원회는 효과성 검증이 끝난 소모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민관협력위원회의 경우 정부조직법상 기구도 아닌데 여성특위가 정부조직법에 포함됐던 1998년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여가부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미 보건복지부 업무가 비대해 여가부 기능이 이관되더라도 곁다리 업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성 평등 일자리 정책, 젠더 갈등 해소, 가족 변화에 대응하는 돌봄 정책, 저출산 대응 등이 신설 부처에 담겨야 한다”면서 “명칭은 ‘성평등가족청년부’나 ‘가족청년성평등부’ 등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복실 전 여가부 차관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여가부는 아이돌보미, 경력단절 여성 지원, 양육비 이행제도, 학교밖청소년 지원 등 타부서에서 하지 않았던 사각지대 업무를 발굴해서 제도화한 성과가 있다”며 “다른 부처로 전면 흡수 시 마이너 업무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차관은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업무는 성인지 관점이 필요한 업무이므로 가해자 처벌에 방점이 있는 법무부로 이관하면 피해자 권익 보호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 양성평등을 위해 남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여성 정책 패러다임을 양성평등으로 전환하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주제별·대상별로 기능과 정책을 통폐합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아동·청소년·가족을 위한 일원화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