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70년 재위 하면서 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

최창근
2022년 09월 9일 오전 8:19 업데이트: 2022년 09월 9일 오전 9:30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월 8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다. 향년 96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엘리자베스 알렉산드라 메리 윈저이고, 가족들은 ‘릴리벳’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본래 왕위 계승권자가 아니었던 여왕의 운명에 전기가 찾아온 것은 1936년이다. 그해 여왕의 할아버지 조지5세가 서거했다. 왕위는 조지5세의 장남이자 여왕의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로 이어졌지만, 에드워드 8세는 이혼 경력이 있는 미국 평민 출신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퇴위를 선언했다. 이후 여왕의 아버지가 즉위했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실제 주인공 조지6세이다. 조지 6세 즉위로 ‘릴리벳 공주’도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됐다.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는 심한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제2차 대전 독일 공습 때에도 피하지 않고 런던을 지키며 국민 단합을 이끌어 존경을 받았다. 차기 왕위 계승권자이던 여왕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다했다. 차기 군주가 되는 교육을 받던 여왕은 16세에 근위보병연대 시찰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장교로 여군에 입대, 군 트럭 정비 등을 하면서 제2차대전에 참전한 군주가 됐다.

1947년 여왕은 필립 공(에든버러 공작)과 결혼했다. 그리스-덴마크 왕족 출신의 필립 공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공주 시절 여왕은 아버지 조지 6세와 함께 사관학교 시찰을 갔고, 당시 공주의 안내를 맡았던 사람이 생도이던 필립 공이었다. 필립공은 작년 4월 99세로 별세할 때까지 70여 년간 여왕의 곁을 지켰다.

1952년 조지 6세가 서거했다. 전시(戰時) 대영제국 군주로서 겪은 격심한 스트레스, 과도한 흡연이 원인이 된 폐암 때문이었다. 부왕의 서거로 당시 25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이던 여왕이 즉위했다.

이듬해인 1953년 여왕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장엄하고 화려하게 대관식을 치르고 이를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해서 2천 700만 명이 지켜봤다. 이는 전후 내핍을 견디며 대영제국의 영화가 사그라드는 것을 목도하던 영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대외적으로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군주가 된 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실이 존립하려면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실천했다. 여왕은 변함없이 근면·성실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70년을 재위했다.

올해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까지 성대하게 치렀다. 그러나 필립공이 떠난 뒤로 급격히 쇠약해졌고 지난해 10월에는 처음으로 북아일랜드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병원에 하루 입원했다.

이후 2022년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고비를 넘긴 뒤로는 주요 일정을 아들 찰스 왕세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다 9월 8일,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