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전 美국방장관 “하나의 중국 정책, 이미 수명 끝났다”

앤드루 쏜브룩
2022년 07월 29일 오전 8:01 업데이트: 2022년 07월 29일 오전 10:07

미국의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이 ‘하나의 중국’ 정책은 더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대만인들은 1972년 이전까지는 자신들을 중국인으로 생각했을 것이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972년 이전’은 대만이 유엔에서 축출당한 시점(1971년 10월 25일)을 의미한다.

그는 “대만인은 대부분 자신을 대만인(Taiwanese)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만인은 대만 고유의 새롭고 뚜렷한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산주의 중국과 대만이 정체성 측면에서 완전히 갈라섰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는 하나”라는 중국 공산당의 외교적 원칙인 ‘하나의 중국’을 오랫동안 인정해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이를 대만(타이완 섬)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합법적인 일부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는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왔다.

약 50년간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정부로 인정하면서 대만을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 대신 대만으로 호칭해왔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러한 정책이 “이미 수명이 끝났다”며 이미 대만은 오래전부터 중국 본토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했고 더 이상 중국 공산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략적 모호성 대신 명확성으로 전환해야”

에스퍼 전 장관은 미국이 대만과 중국 간 적대적 관계에 대해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음을 언급하며 양측 간 합의를 강제하는 어떠한 행위 대해서도 ‘중대한 관심사(grave concern)’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관심사’라는 용어에 대해 “때로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언어”라고 설명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50년간 전 세계가 이해해 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훼손하려는 쪽은 바로 중국이며 무력으로 현 상태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사실상 독립 국가인 대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차단하고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하면서 더욱 호전적으로 변모해왔다.

지난 6월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누구라도 대만과 중국을 분리하려고 하면, 인민해방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시작하는 것에 결코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며 “미국은 현재의 정책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인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끝내고 전략적으로 명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