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윤석열 정부의 美日 외교, 전략과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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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3년 06월 7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11:11

윤석열 정부 美日 외교의 전략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답변_손기섭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책임연구원, 21세기 정치학회·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부산외국어대 교수 겸 국제관계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설명해 주세요.

“한마디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외교입니다. 요약하면 우선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의 확산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와 포괄안보의 지구촌 가치동맹에 한국이 중추 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윤 정부는 자유를 가장 중시해 왔고, 이는 가장 중요하고도 바람직한 가치입니다.”

“다음은 국제사회에서 국제협조주의 확산을 꾀하는 일입니다. 현 국제사회는 대량살상무기(WMD), 기후환경, 감염병, 에너지문제, 식량안보 등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공조해 나가야 할 지구적 이슈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또한 전후 국제사회가 합심해 발전시켜 온 국제제도와 국제규범을 존중하고 지켜나가는 일만이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 안전을 도모하는 일일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보면,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전체를 조감하면서 진행된 체계적으로 잘 조율된 전략 외교로 평가할 수 있고 그 요체는 전략성과 가치성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미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 태동한 한미 핵 확장억제 핵 협의 그룹(NCG) 합의는 미국 국빈 방문의 귀중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북핵 위기 상황은 심각합니다. 제3차 북핵 위기가 2010년대 김정은 체제에서 지속되다 보니, 북핵 능력이 이제 제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염려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NCG 합의는 미국의 북핵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획기적 조치입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NPG: Nuclear Planning Group)과 유사한 협의체를 만들어 낸 것은 미국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신뢰한다는 구체적 표시이기도 합니다.”

-핵 협의 그룹(NCG)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속 빈 강정론’입니다.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한 지금까지의 핵 확장 억지력 전개와 별반 다를 게 없으며, 오히려 한국이 핵무장 자율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인데 경청의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는 사실상의 ‘핵 공유론’입니다. 북핵에 대한 핵 확장억제를 넘어 한미 간에 사실상 핵 공유를 한 것이라는 데 대한 비판인데, 이는 지나친 기우입니다. 한국에서 북핵 억지를 위해서는 사실상 핵 보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60%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고, 올해 초 윤 대통령의 ‘핵 보유 가능’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한국이 취해야 할 선택지는 실제적이고도 효율적인 북핵 억지력 구축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최대한 핵 비확산 체제(NPT)하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실제적이고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한미 핵 협의 그룹(NCG)의 창설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히로시마 G7에서 한일 두 정상을 가까운 시일 내에 워싱턴으로 초청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한미 핵 협의체가 일본까지 포함해 한미일 핵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매우 가까운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들이 이런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는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실제로 일본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나요?

“일본 참여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를 보면 일본까지 포함하는 한미일 핵 협의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어쩌면 호주까지 염두에 둔 한미일호 4국 간 핵 협의체 쿼드(QUAD)가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미 미국에서 논의된 정황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의 선임연구원은 ‘신뢰의 위기: 아시아에서 확장억제의 필요성’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유럽의 NPG와 유사한 아시아판 4국 간 핵 기획협의체(NPG) 창설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는 어떻게 보셨나요?

“윤석열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의 활약은 괄목할 만합니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를 강조하는 가치 외교 노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식량과 보건, 젠더, 인권,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고, 21세기 글로벌 문제에 공헌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이 실질적인 ‘G7+1 (G8)’ 신회원국의 위상과 역할까지 했다는 평판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 기록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도 있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지뢰 제거 장비나 긴급 후송 차량 등의 인도적 비살상무기 장비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는 타국을 침략해서는 안 되며, 핵무기 사용 금지와 빈곤 퇴치, 탄소 저감, 감염병 대책 등에 중지를 모아야 합니다. 경제력과 무역량에 있어서 세계 10위권 국가이자 세계적인 반도체 수출국이며, 실질적 선진국클럽인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멤버로서 한국에겐 선진국다운 ‘글로벌 중추 국가’의 역할과 책무가 주어진 셈입니다.”

-대일 외교의 전략성은 어떤가요?

“지난 5월 7일 일본 기시다 수상의 한국 방문은 3월 윤 대통령의 도쿄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었습니다. 언론은 한일 양국 정상이 셔틀 외교를 본격화했다고 보도했죠. 이번 G7 히로시마 정상회의 참가, 그리고 정상회의 석상에서의 연이은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실현은 윤 정부의 일관된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며 외교 안보의 방향성과 직결된 외교였습니다.”

“어려운 여건과 여론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한 대일본 외교의 골격은 어려운 때 한일관계를 지혜롭게 타결한 1965년 박정희-사토 리더십, 1982년 전두환-나카소네 리더십 및 1998년 김대중-오부치 리더십과 견줄 만합니다.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사전 물밑외교의 전개와 더불어 양국의 특사파견과 외교교섭단의 협상으로 정상회담이라는 결실을 본 것입니다.”

-한일관계의 진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러한 이슈와 시기에는 최고정책결정자의 전략적 계산과 정치적 판단이 제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일본 나카소네의 ‘선제적 정치 리더십’이 위력을 발휘해 1983년 1월 한일 40억 달러 안보 경협 안건이 결착을 봤습니다. 이번에 한일관계 진전은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의 개선을 통한 한미일 공조라는 큰 전략적 목표하에 ‘선제적 결단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방미를 통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결속을 다져놓은 것도 도움이 됐고, 윤석열 전략 외교가 빛을 발한 것입니다.”

“2012년 이후 11년간 지속한 한일관계의 복합골절을 치료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모색하는 윤석열 정부의 통 큰 ‘전략 외교’가 날개를 단 격입니다. 윤 정부는 한일관계에서 초미의 쟁점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 총체적 복합갈등을 풀고 건강한 한미일 협력, 가치 지향 외교, 미래 청년세대를 위한 전략적 실용 외교를 전개했으며 이는 대단한 선제적 결단이었습니다.”

-앞으로 한일관계를 더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역사와 영토 관련 외교 쟁점’을 철저히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기시다 수상이 방한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과 이번에 히로시마 한국 피해자위령비를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로 일단 봉합한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고 봅니다. 기시다 수상의 발언과 추모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판단되며, 피해자 위령비 참배는 역사적인 한 획을 그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와 한국 유학생, 회사원 등이 100만 명에 육박합니다. 한일관계가 어려우면 이들이 제일 괴롭고 어려워집니다. 일제 강점기의 식민 통치,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을 지혜롭게 외교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이미 외교문서로는 1998년 10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구체적으로 사죄와 반성이 기록돼 있습니다. 역사를 대범하게 직시하면 한국은 외교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고, 이는 일본 사회에 호감을 줄 수 있는 공공외교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한일 간 경제 안보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실용적 경제 안보가 제도화돼야 합니다.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IPEF),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역할이 필요합니다. 다만 한미일 협력이 전제돼야 하며 미국 입장에서도 한일관계의 포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한일 FTA의 체결을 검토 추진해야 합니다. 일본과의 경제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한일 청년 세대들의 경제영토가 공히 확장될 것입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에너지산업 등 첨단산업에서 한일 간의 경제 안보 협력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상호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면서 비교우위를 창출하고 경제적 실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이러한 경제 안보 외교에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활동 반경, 대중문화 향유 등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외교 방안이 있다면요.

“북핵 위기 대비 한미일 공조를 더욱 철저히 하고 통일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열어가야 합니다. 통일한반도의 미래 비전은 ▲자유법치국가 ▲비핵평화국가 ▲통상발전국가 ▲녹색환경국가 등입니다. 한미동맹은 ‘포괄적 전략동맹’이자 ‘자유민주주의 가치동맹’입니다. 북핵 위기에 대응해 언제든 협의할 수 있는 전략적 핵 협의체 구축이 현실화한 지금, 이를 실효적으로 잘 만들고 운영해야 합니다. 오는 7월경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호주까지 포함하는 북핵 위기 대응 한·미·일·호 핵 협의체 쿼드 구상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보다 북핵 위기 대응이 제일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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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 2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