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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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3년 03월 17일 오후 6: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11:11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요?

답변_박휘락 한반도선진화재단 북핵대응연구회 회장

육군사관학교 졸업·임관 후 연세대와 미국 국방대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경기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대령 예편 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원장으로 활동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둘러싼 현재 상황을 진단하신다면요?

“한마디로 북핵 위협 대응에 관한 한 국방 생태계가 무너졌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이 무섭게 핵 무력을 증강하는 동안 한국군의 대비 태세는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가지 않았고, 결국 위협과 대응 태세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친북정책과 외교적 협상을 통한 비핵화가 추진되면서 군은 북핵을 북핵으로 부르지 못한 채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는 영어로 표현했고, 그에 대한 대응책도 제대로 강구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북핵 위협은 너무나 심각해진 상태입니다. 북한은 미국 본토의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상태에서 이제는 한국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위협해 한국에 대해 약속한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죠. 그런 다음 핵과 재래식 무기로 한국을 공격함으로써 6·25전쟁을 통해 달성하지 못했던 ‘전 한반도 공산화’를 재추구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최근 김정은은 미국 핵우산의 차단을 ‘제1의 사명’, 한국에 대한 공격을 ‘제2의 사명’이라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요?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이 거의 불가능해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현재 북한은 100개 이상의 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량을 계산해 판단한 자료 중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2021년 4월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북한은 2020년에 이미 67~116개의 핵무기를 제조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12~18개를 생산할 수 있고, 2027년에는 151~242개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이 핵무기들을 탑재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화성-15, 16, 17등의 대륙간탄도탄(ICBM)과 북극성-3, 4, 5 등의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을 만들었고 계속 개량해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나요?

“북한은 2013년 핵무기를 개발한 직후부터 한국에 대한 공격 계획을 작성했고 그것을 ‘7일 전쟁 계획’이라고 불렀습니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결합해 일주일 만에 한국을 석권한다는 복안입니다. 북한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KN-23, 24, 25와 저고도 대형 방사포 등을 개발해 배치한 상태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9~10월 대남 핵 공격 임무를 부여받은 미사일부대의 훈련을 직접 지도했고, 그중 한 발이 울릉도 가까이에 낙하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12월 서울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의 목적이 기습공격을 위한 정보 수집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사시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국방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다면 북핵에 관한 정보의 수집과 분석, 대응 전략의 개발과 정립, 이에 근거한 전력 증강 계획, 작전계획, 훈련 방향의 전면 수정, 그리고 핵 위협 상황에 부합되는 인사, 군수, 동원 분야의 변화가 자동으로 추진됐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이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것이 없습니다. 북핵은 폭발적으로 증강되는데 한국군은 방관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군의 임무는 국방(國防)이 최우선 아닌가요?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군은 정치의 시녀로 전락해 취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핵 대응을 위한 전략도, 정립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북핵을 담당하는 조직을 제대로 구축하지도 않았습니다. 군은 2013년 수립된 ‘한국형 3축 체계’, 즉 선제타격(Kill Chain), 미사일방어(KAMD), 대규모 응징보복(KMPR)만 되뇌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래식이지만 응징보복력이라도 강화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인 참수작전 부대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습니다.”

“군의 전투준비 태세보다는 장병들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하고자 노력했고 훈련도 대폭 축소했습니다. ‘국방개혁4.0’ 등 추상적이고 비생산적인 토론에만 매달린 채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방부에는 과 단위의 북핵 대응 조직이 신설되고 합참에는 국 단위의 ‘북핵 대응 센터’가 편성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군은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군은 상명하복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수뇌부가 북핵 대응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수뇌부들은 그동안 북핵 대응이 부실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교정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내부는 물론, 선배들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수렴해 북핵 대응을 위한 방향을 정립하며 이를 바탕으로 군을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요구되나요?

“일차적 과제는 북핵 대응을 담당하는 조직이 강화돼야 합니다. 현 정부 들어서 편성한 국방부의 과(課)와 합참의 국(局) 단위 조직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단기적 조치로 북핵 대응 생태계를 조성한 다음 그것을 전 군적 차원에서 생활화해야 합니다.”

군인들의 전문성 제고도 필요해 보입니다.

“조직이 갖춰지면 북핵 대응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요원들을 선발하고 이들에게 부여된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북핵에 대한 간부들의 지식과 안목을 증대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군 수뇌부들은 장병들의 무형전력 또는 정신력 강화에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군의 정신 전력이 너무 약화했기 때문입니다. 계급마다 자격시험을 실시해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만 진급 심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화할 수도 있습니다.”

북핵 대응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군의 북핵 대응 전략이 수립돼야 합니다. 하나의 대응 전략이 존재해야 한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응 전략이 수립되면 군 전체 또는 부대별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토론해 세부적인 과제들을 도출하고 이것을 이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이고 각 군 본부와 각 군 작전사령부, 예하부대들이 모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전투부대에서는 핵 상황하에서의 군사작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제들을 토론하고 결정해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두 번째로 노력해야 할 사항은 ‘4축+α’ 구축입니다. 기존의 3축 체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4축’으로서 북한의 핵 지휘통제체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사이버 및 전자전 능력을 구비해 나가고 추가로 북한 민주화 또는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북핵 대응을 위한 세 번째의 핵심적인 과제는 미국의 핵우산이 약속대로 이행되도록 한미 양국 군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미국의 입장을 지레짐작해 필요한 요구사항을 축소하거나 회의에서 미군이 제시한 사항을 필기해 그것을 금과옥조로 인식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핵우산 강화를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도출하고 그것을 미국에 고집스럽게 요구해 구현시킨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의 전반적·장기적 개혁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군이 미래지향적으로 변화되어야 북핵을 포함한 제반 임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군은 전반적인 구조·교리·훈련·문화 등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서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특히 단기적인 북핵 위협 대응과 군의 장기적인 발전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예산·시간·관심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헌법 제66조에 의하면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책무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군통수권자’의 직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군을 지도·감독하고 북핵 대응 생태계 구축을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방부, 합참, 한미연합사, 야전부대 등을 수시로 방문해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침을 내리며 건의받으면 조치해 주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국민들도 군의 변화를 압박해야 합니다. 스스로부터 철저한 안보 의식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충분한 북핵 대응 태세를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질책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여야(與野)나 좌우(左右)를 기준으로 입장이 달라져서는 곤란합니다. 각 국가의 국민들이 그들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갖게 되듯이 군대의 질도 국민 수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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