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북한 핵 무력 정책법이 한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과 대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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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2022년 10월 6일 오후 2:02 업데이트: 2022년 10월 6일 오후 2:02

북한 핵 무력 정책법이 한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과 대비책은 무엇인가요?

답변_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자유민주학회 학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자문위원,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북한 ‘핵 무력 정책법’의 주요 내용은 어떠한가요?

“2022년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핵 무력 정책법’을 공표했습니다. ‘핵 무력 정책법’은 북한이 핵 정책과 핵 전략 근간을 밝힌 북한판 ‘핵 교리(Nuclear Doctrine)’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2013년 ‘자위적 핵 보유법’을 제정 발표한 후 10년 만에 발표하는 핵 교리입니다. 다시 말하여 북한이 2013년 발표한 핵 교리인 ‘자위적 핵보유법’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핵무력의 ‘양적·질적 고도화’를 반영해 내놓은 교리가 바로 ‘핵 무력 정책법’입니다. 북한의 ‘핵 무력 정책법’은 핵 무력 정책을 총정리한 법령입니다. 전문(前文)과 11개 조의 본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전문에는 ‘핵보유국으로 전쟁에 반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完整·한반도 통일), 근본 이익 수호,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 방지, 세계의 전략적 안정 수단으로 기능하며 핵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핵 억제력 및 핵 무력 정책과 핵무기 사용전략 등 핵 태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문은 ① 핵 무력 사명 ② 핵 무력 구성, ③ 핵무력 지휘통제 ④ 핵무기 사용 결정집행, ⑤ 핵무기 사용 원칙 ⑥ 핵무기 사용 조건 ⑦ 핵무력 정상적인 동원태세 ⑧ 핵무기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⑨ 핵무력 질·양적 강화와 개선 ⑩ 전파방지 ⑪ 기타 등 11개 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문제 조항은 무엇인가요?

“문제 조항은 3조, 5조, 6조입니다. 3조에는 ‘핵무력은 김정은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하고 모든 결정권은 김정은에게 있고 핵 공격 위험이 있을 경우 사전에 결정된 방안에 따라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단행된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자동적’이라는 단어는 ‘이미 핵 공격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6조는 핵무기 사용원칙으로 ‘최후의 수단이며 비핵국가가 핵보유국과 야합해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칙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6조에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5대 조건은 북한 또는 지도부(국가 핵 무력 지휘기구)에 대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공격, 전쟁의 주도권 장악, 국가의 존립과 주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 위기 초래 등입니다. 특히 문제 조문은 핵전(核戰)과 비핵전(非核戰)에도 사용할 수 있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음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북핵은 매우 위협적이고 공세적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평가됩니다.”

북한 핵 정책의 근본 변화를 보여주는 것인가요?

“북한은 지난 2013년 4월, 김정은 체제 첫 핵 교리를 발표했습니다. 핵무기는 ‘적대적 다른 핵보유국(미국)과 가담하는 국가들’이 사용 대상이며 핵무기는 ‘핵 전쟁 억제, 선제 핵 타격에 대한 보복, 핵 공격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주지할 점은 2013년 핵 교리에는 한국에 대한 선제 사용 가능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억제력’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핵무기 개발 초기 단계의 개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치중한 것은 ‘억제’에 중점을 둔 정책이었습니다. 그리고 ICBM급 화성-15형 발사 성공 후 2017년 11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억제’에 중점을 둔 핵 교리였습니다. 이후 북한의 전략은 ‘핵 있는 상태에서 남북관계개선(대북제재해제)’과 북미협상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후에 북한은 소형화된 신형 핵탄두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핵 무력이 ‘억제’가 아닌 실제 운용(사용)을 전제로 한 신형 전술급 핵탄두 개발에 진력했습니다. 2021년 1월,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전술핵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22년 4월, 김정은은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지 않고 근본 이익 침탈 시도에 대해서도 핵 사용’을 언급했습니다. 김여정도 ‘핵 전투력은 전쟁 초기 동원’을 언급함으로써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핵 교리는 2022년 9월, ‘핵 무력 정책법’이 채택되면서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근본 변화의 핵심은 ‘핵무력 보유’에서 ‘핵 무력 선제사용’으로 무게 추가 옮겨졌고 ‘억제 전략’에서 ‘공격 전술’로 방향을 선회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10년 만에 북한의 핵 교리는 매우 급진적이고 공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핵 교리 근본 변화와 미사일 시험 발사는 상관관계가 있나요?

“핵 교리 근본 변화는 미사일 시험 발사에서도 확인됩니다. 2019년 이전까지 북한은 수십 차례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기술적 한계로 대륙간탄도탄(ICBM) 능력은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남한 전 지역을 사거리로 하는 단거리 미사일은 그 능력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북한은 단거리 신형 전술 유도무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북한판 에이테큼스), KN-25 대형 방사포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신형전술 유도무기 사거리는 400~800㎞이고 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 성과는 김정은이 2021년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지시한 것과 연관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편 북한은 2022년 4월, 신형 전술 유도무기(사거리 110㎞)를 시험 발사한 후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를 다각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특히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 화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 포병부대에 전술핵을 배치·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판단됩니다. 2022년 6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에서 ‘전방(전선) 부대의 작전 임무 추가 확정’ 내용이 논의된 점을 미루어 볼 때 전술핵 배치와 관련한 내용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핵 교리 변화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핵 교리는 핵무기 생산·배비·사용 목적을 규정하는 원리입니다. 핵 교리 형태는 핵무기 선제 사용 여부, 보유 목적에 따라 교리를 구분합니다. 먼저 보유 목적은 ‘처벌억제’와 ‘거부억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처벌억제’는 적이 핵무기를 사용해 공격했을 때 핵 공격에 응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 공격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거부억제’는 핵 무기 방어 능력을 통해 적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억제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국가의 핵 교리는 재래식 무기와 결합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우세한 재래식 군사력을 갖는 경우 핵무기에 대한 선제 불사용을 전제해서 ‘처벌억제’ 효과를 기대해 핵 교리를 결정합니다. 반면 재래식 군사력이 열세에 있는 경우 해당 국가의 핵 교리는 핵무기의 선제 사용을 전제로 해서 ‘거부억제’ 효과를 기대하는 방향에서 결정됩니다. 물론 이런 가정들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북한이 적화 통일 수단으로 핵 무기 사용을 천명한 것인가요?

“북한 ‘핵 무력 정책법’이 매우 ‘급진적이고 공세적인 핵 교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법 전문에 명시한 ‘영토 완정(完整)’의 의미는 핵 무기를 앞세워 한국을 ‘적화 흡수통일’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본문에 선제 타격 가능성을 명시한 것은 대한민국 국방·안보에 심대한 위협입니다. ‘핵 무력 정책법’에 따른 북한 핵 교리는 핵 선제사용과 ‘거부억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핵 무기는 적화흡수통일의 수단임을 공언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요?

“‘핵 무력 정책법’ 발효는 한국 안보에 치명적 위협입니다. 치명적 위협에 대비한 우리의 국방·안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질(質)적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우선 북핵 위협의 실체, 심각성 정보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자강(自强) 능력,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북핵 대응태세를 강화해야 합니다. 북한 핵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선제타격,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를 완비하고, 고고도미사일(THAAD)을 추가 배치해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이며 보다 확실한 억제를 위해서는 핵 추진 잠수함 확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 추진 잠수함은 대형 선체와 장기간 잠항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강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수 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 상시 전개할 경우 강력한 응징보복 능력을 시현하여 보다 확실한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한국과 미국 간 확장 억제 신뢰성 제고를 위해 한미 ‘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정비·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수준까지 한미확장억제수준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하여 한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의 자동개입 의무를 한미동맹 조약에 명문화해야 합니다.”

미국 전술핵 공유 등 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핵 미사일 방어망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요격 실패는 치명적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전술핵무기가 군사분계선 인근 포병부대에 배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북한 핵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전술핵 재배치, 한·미·일 혹은 한·미·일·호주 핵 공유를 모색하고 그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이 방안은 ‘사실상 핵보유국’인 남북한의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구축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핵 무장에 대한 국내 여론은 우호적이고 미국 조야(朝野)에서도 한국·일본·대만의 자체 핵 무장은 불가피하다는 소수 의견도 존재합니다. 다만 각국의 독자적 핵 개발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따라서 한국·미국·일본·대만 4국 간 ‘핵 개발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4국 핵 개발 연대는 중국 안보에 치명적 위협이기 때문에 중국 스스로 북한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동인이 될 것입니다.”

국방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인가요?

“국방·안보정책의 핵심은 자강(自强)과 동맹(同盟)입니다. 물론 자강이 동맹보다 중요합니다. 자강 기반이 취약하면 동맹 결속도 취약해진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입니다. 우리의 국력 신장과 함께 ‘자강에 기반한 동맹’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동맹 의존적 습속이 남아 있어서 자강 의지를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국방·안보 정책 패러다임을 우리 국력 신장에 부응한 ‘자강에 기반한 동맹’으로 전환할 장기적 대응책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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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이슈&포커스 2022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