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북한 선원 강제 북송 사건 진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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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2022년 08월 22일 오후 12:06 업데이트: 2022년 08월 22일 오후 12:06

“2019년 북한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요?”

답변_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비교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통일부 북한인권증진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통일융합법무전공 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남북하나재단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북한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을 요약해 주세요.

“2019년 11월 2일, 동해상에서 북한 오징어잡이배 선원 두 명이 우리 군에 나포됐습니다. 북한 선원 두 명은 한국 정부 측 조사를 받고 3일 만에 강제 북송이 결정되고, 5일 만에 판문점으로 북송된 사건입니다.”

논란이 되는 이유는요?

“북한 오징어잡이배 선원 2명 강제 송환 사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할 부대장(육군 중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고하는 내용이 우연히 언론사 사진기자에게 포착되어 공개됐습니다. 당시 국회는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가 개회 중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송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은 ‘북한 어부들의 송환거부로 자해 우려가 있어 경찰이 호위할 예정이며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간 이견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귀순을 요청한 북한 주민을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 북송을 결정하고 집행한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당시 한국 정부는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신뢰할 수 없었고 ‘흉악범죄자’이기 때문에 송환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최근 검찰은 당시 송환을 결정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본 사건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현재까지 축적한 8만 2천여 건의 북한 인권 침해 사건 중 한국 정부와 국가기관 담당자가 ‘가해자’로 기록된 최초의 북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정부의 비공개주의와 비밀주의가 논란이 됐습니다.

“본 사건은 언론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촬영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북한 어선과 어부 2명의 신병을 확보했음에도 11월 7일 사진기자에 의해서 노출되기 전까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11월 7일 오후 15시에 강제 송환된다.’는 문자 내용이 공개되어 당시 야당(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이 송환 중지와 객관적 사실에 대한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송환을 집행하기 전까지 철저히 비공개 비밀주의를 유지했습니다. 정부는 북송을 거부한 북한 주민을 강제 추방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으나 최초의 사건인지는 향후 국정조사 등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정보원·경찰 등의 합동 심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나요?

“북한 주민이 국내 입국할 경우 당사자의 신분, 북한 주민 여부 진위 확인, 귀순 의도를 포함하여 필수 정보 확인을 위해서 일반인의 경우 1~2주 정도의 조사 기간이 소요됩니다. 북한 주민은 ‘중앙합동심문소(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종합적인 심문을 받은 후 북한 주민 여부와 귀순 의사에 대한 최종적인 확인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 당사자 2명은 중앙합동심문소의 종합적인 심문 과정이 아닌 기초(지역) 조사만을 받은 후 3일 만에 북송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강제 송환에 법적 문제는 없나요?

“한국 정부는 귀순 의사가 일관되지 않았고 ‘중대 살인범죄자’이어서 국민 안전 등을 고려하여 송환을 결정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는 국내에 유입된 북한 주민을 강제로 송환할 수 있는 헌법과 관련 법률 등 어떠한 법적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는 통일부의 국회 답변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의 귀순 의사와 북한 주민 확인은 국가정보원장의 권한이며 ‘보호 대상자’와 ‘비보호대상자’를 구분하는 결정은 통일부 장관의 권한입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법률적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 국가안보실이 실제적인 강제 송환 결정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위법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중대 범죄자라는 명분을 들어 북송했습니다.

“정부가 강제 송환 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중대한 범죄를 자인했더라도 그것을 확정하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어야 합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수사, 법원 판결도 없이 ‘행정조사’에 불과한 심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적 결정 권한이 없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송환을 결정한 것입니다.”

귀순 진정성 문제는요?

“통일부는 북한 주민 2명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귀순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근거로 귀순을 하려는 목적이나 동기를 갖고 온 것이 아니라 중대한 범죄를 짓고 도피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귀순’은 동기나 목적, 귀순 의사 표명의 시점 등은 이를 인정하는데 하등의 제약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귀순은 적진에 있던 사람이 반항심·저항심을 버리고 투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장 귀순자, 즉 간첩 등의 임무를 숨기고 있는 경우 혹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갈 의사를 감춘 경우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범죄 행위에 의한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온 것은 귀순 의사를 확인시켜주는 진술로 작용하는 것이지, 귀순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입니다. 또한 귀순은 진술에 의해서도 확인되는 것이지만 귀순자가 자필(自筆)로 작성하는 문건으로 공식 인정받게 됩니다. 이번 사건 당사자 2명은 귀순을 자필 문건으로 명확히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 이탈 주민은 한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나요?

“대한민국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북한 주민은 국내에서 보호 요청(귀순)을 하면 국민으로 보호와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됩니다. 심문 절차 과정에서 북한 주민임이 확인되고 귀순 의사가 문건으로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의하여 통일부 장관에 의해서 보호대상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건 당사자 2명은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보호대상자 결정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직무유기와 직권 남용에 해당합니다. 또한 흉악범죄자 등 형사범죄자는 보호대상 심사에서 보호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위 규정을 강제송환의 적법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비(非)보호대상이 되면 정부의 정착금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일 뿐 송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난날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하여 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김현희, 청와대를 습격했던 김신조도 조사 후 처벌을 받은 후 국내에 정착한 사례가 있습니다.”

송환 결정 통보 과정에서 문제는 없나요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은 귀순 의사를 밝히면 정부 보호대상자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자격을 갖게 되고 보호대상 결정 결과를 통보받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호대상 판단 이전에도 ‘보호신청(의사 표시)’을 하면 임시보호나 그 밖의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보호 신청을 받은 기관은 보호 신청자의 신변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보호 결정이 늦어질 경우 그 사유를 보호 신청인에게 알려주도록 법령에 명시되어 있기도 합니다. 만약 보호 결정이 거부되더라도 5년 이내에 당사자가 재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 2명을 송환 여부에 대한 통보도 없이 강제송환한 것은 당사자에게 통보할 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합니다.”

국내 사법 절차 문제 제기도 있습니다.

“북한 주민은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됩니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북한 주민 2명은 한국 사법기관과 형사법 절차에 의하여 변호받을 자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송환 과정에서 이러한 절차는 모두 배제되었습니다. 정부 발표대로 이들이 범죄 피의자라 하더라도 한국의 법 절차에 의해서 조사, 수사, 재판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과 법률의 규정입니다.”

북한 이탈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건가요?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논란은 정부가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지 않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난민 지위 문제, 추방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를 실질으로는 ‘외국인 지위’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 정부 입장은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 헌법과 관련 법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와 충돌하는 것입니다.”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은 당시 송환자들을 흉악범으로 몰아 국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송환자들이 흉악범인지 여부는 강제 송환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음에도 국민 정서를 자극하여 법치 위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헌법을 비롯한 법령 존중을 포괄하는 법치주의입니다. 강제 북송된 2명의 신병 처리 결정 과정은 법치주의가 아닌 ‘정치적 결정’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와 책임 규명을 위해서 다음의 조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북한 주민 북송 시 본인의 자발적 북송 희망 여부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부 측 인사 외에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민간 인권 전문가가 참여하는 ‘북한주민송환심의위원회’를 운영해야 합니다. 둘째, 본 사건을 두고서 정치적 논쟁이 가열되고 있으나 검찰 조사 후 필요시 특별 검사를 임명하여 수사하고 국회 차원에서 국정 감사가 실시되어야 합니다. 셋째, 국내 관련 법 체계 정비 및 보완이 필요합니다. 북한 주민이 국내에 들어온 경우 귀순 의사 확인 방법·절차, 국적 인정(회복 등) 절차·방법, 송환 희망자에 대한 절차·규정 등에 대한 관련 법 규정도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이를 위반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법률에 명시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국가기관과 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법률과 규정에 의해서 결정하고 집행해야 함에도 국민 정서를 핑계 삼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법적 근거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은 대중영합적 포플리즘이고 독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귀순 어부 강제 송환 사건을 법치주의에 의하여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국민 정서를 이용하는 정치세력의 주 무대가 될 것입니다.”

(정리=최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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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제2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