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고등학교 역사 교육 과정 시안의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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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2022년 09월 29일 오후 12:05 업데이트: 2022년 09월 29일 오후 12:05

논란이 되고 있는 고등학교 역사 교육 과정 시안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답변_김태완 한반도선진화재단 교육선진화연구회장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동(同)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문학 석사,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 교육학과 교수,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장,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대구 미래교육 정책 자문위원장 등으로 활동했고 한국미래교육연구원 이사장이다.

“‘2022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시안’은 잘못된 설계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시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첫째, 시안 개발 과정상의 문제, 둘째, 시안에 근거하여 개발될 역사 교과서가 추구해야 할 성취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역사 교육 내용상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시안 개발 과정상의 문제

“최근 정부가 제시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2022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시안’은 2018년 개정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교육 과정을 2021년 4부터 문재인 정부 퇴임 전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이는 주사파 역사 인식을 강하게 담은 교육과정 개편 ‘알박기’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가 교육 과정 개발을 담당해 온 국가기관 국사편찬위원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유 공모하여 만든 것입니다. 시안 개발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배제하고 민간단체에 의뢰한 의도가 무엇일까요? 제1차 공모에는 단 한 팀이 지원하였고 재공모에서도 한 팀이 지원하였고 그 팀이 선정되어 개발한 것입니다. 선정 팀은 ‘전국역사교사모임(전역모)’ 소속 교사가 주축이 된 팀입니다. 전국 고등학교 역사 교사 8000명 중 2000여 명이 소속된 전역모가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역사 교육 과정 선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역모의 역사관 문제

“전역모는 민족주의-민중주의 역사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체입니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휴머니스트 2002)’ 발간 이후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휴머니스트 2005)’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휴머니스트 2007)’를 발간하였습니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이름은 교과서이지만 일반 서적이라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초기 저작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계급 투쟁적 민중 해방의 관점에서 한국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으며 북한에 대하여 철저히 내재적 접근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국가기관 무시

“교육부는 국가 교육 과정 개발 책임을 지는 국가기관은 무시하고 패스해도 되는 것일까요? 국가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국가기관이 개발하지 않은 국가교육과정 시안은 무효가 아닌가요? 역사 교육 과정 시안 개발을 자유 공모하고 한 팀이 응모하여 재공모하고 재공모해도 한 팀이 지원하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절차상 맞는 것인가요? 국가교육과정을 한 특정 단체가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국정교과서와 무엇이 다를까요? 교육부는 왜 국가기관을 무시하고 패스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교육부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시안이 담고 있는 교육내용상의 문제

“정부가 내놓은 ‘2022 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 시안’이 제시한 교육 내용과 성취기준이 담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2015년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대한민국 수립과정’과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이해하는 교육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개정한 교육과정에서도 제외하여 논란이 되었고 수정 과정에서 일부 보완됐습니다. 역사 교육에서 대한민국 건국 역사와 정신을 교육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정치 이념인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교육하지 않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2018년에 뺐다가 보완하고 3년도 지나지 않아 2021년부터 준비하여 2023년부터 시행될 개정안에서도 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2015년 교육과정, 2018년 교육과정에 있는 ‘북한의 남침’을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남침을 교육하지 않으려는 것은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일까요? 북한 남침을 가르치지 않으면 6.25전쟁의 실상을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라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전쟁이냐? 평화냐?’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국민을 호도하는 내용을 가르치라는 것인가요? 마치 ‘종전 선언을 하면 평화가 온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민족적인, 그리고 세계적인 피해를 가져온 중요한 역사적 사실인 북한의 남침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 역사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까? 역사 교육이 역사적인 사실을 가르치지 않고 허황하고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셋째, 문제가 되고 있는 시안은 분단의 원인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두지 않고 분단체제가 된 결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중요한 역사적인 사실들은 그 원인과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인과 과정은 가르치지 않고 결과만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 할 수 없습니다.”

추이와 대응방안

“향후 자유민주주의 정치 이념을 지지하는 수십 개 이상의 전문가·학부모·시민 단체들이 연대하여 ‘역사 교육 정상화를 위한 시민연대(약칭 역연)’를 출범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 교육과정 시안 개발과정에서 국가기관을 패스하고 공모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공모 과정과 절차가 적법한 것인지? 그리고 잘못된 시안 내용의 수정, 보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역사 정상화에 나설 것입니다.”

올바른 역사관의 중요성

“주사파적 역사 인식을 가진 세력과 ‘역사 교육 전쟁’에서 지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어집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역사를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어야 하고 국민의 자부심이고 자긍심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 역사학계는 좌파적인 시각을 가진 학자와 교수, 교사들이 대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와 경제를 전공하는 학자들도 함께 참여해서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조망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역사 교수와 교사들이 저술하는 검인정 역사 교과서는 이 국가교육과정에 맞게 저술해야 심의과정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준을 설정해 주는 것은 건축물의 설계도와 같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내놓은 ‘2022 역사 교육과정 시안’은 잘못된 엉터리 설계도입니다. 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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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제23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