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 비운 사이 라면 끓여 먹으려던 ’10살·8살 형제’ 화재로 중태

이서현
2020년 09월 17일 오전 11:36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49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음식을 조리하던 형제가 화재로 크게 다쳤다.

지난 15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6분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에는 초등학생 형제인 A(10)군과 B(8)군만 있는 상태였다.

형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0여 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인천소방본부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신고 당시 아이들은 집 주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살려달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위치추적으로 주소를 확인한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불길이 가장 심하게 번진 곳은 부엌이었다.

소방당국은 형제가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다가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주방에서 시작된 불길과 연기가 출입구 쪽으로 옮겨가면서 아이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아버지 없이 엄마와 셋이 사는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에 고사리손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형제가 이전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해온 정황도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중순까지 이들의 어머니인 C(30·여)씨가 형제를 방치한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차례 접수됐다.

이에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5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인천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7일 보호명령 청구를 기각하고, C씨와 형제의 상담위탁 판결을 내렸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C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사고 조사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학대 피해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화상전문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