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명 사수” 홍콩 빈과일보, 자금 동결에 발간 중단 위기

2021년 06월 22일 오후 12:04 업데이트: 2021년 06월 22일 오후 12:34

홍콩의 대표적 독립언론 중 하나인 빈과일보가 수일 내에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홍콩판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의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홍콩 빈과일보가 당국의 자금 동결로 수일 내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별도 기사에서 빈과일보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 이사회가 이날 빈과일보 운영 중단에 합의했으며 오는 25일 회의를 통해 이를 확정 지으면 26일부터 신문이 나오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지미 라이의 변호사 마크 사이먼은 “우리는 이달 말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며칠의 문제”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빈과일보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은행 업무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사이먼 변호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은행 업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신문 판매상들이 우리 계좌로 입금하려고 해도 입금이 거부된다. 다른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도 없다. 몇몇 신문 판매상들이 도움을 주려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홍콩판 국가안전법 시행을 전담하는 중국 정부의 직속 기관인 홍콩 국가안전공서는 지난 17일 경찰 인력 500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라이언 로 편집장 등 신문사 주요 관계자를 자택 등지에서 체포했다.

또한 빈과일보와 산하 인쇄업체 등 계열사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도 동결했다.

빈과일보는 지난 2년간 수십 편의 기사와 평론을 통해 외국 정부에 중국과 홍콩 정부를 제재할 것을 호소함으로써 홍콩판 국가안전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미디어는 그룹을 18개월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인 5억2천만 홍콩달러(758억원)가 당국의 제재로 금융권에 묶여 있다며 경영난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이 오는 7월 1일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잡음’을 낼 만한 언론·표현의 자유 및 민주화 관련 개인과 단체를 미리 제압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홍콩의 독립언론이 사실상 마비된 사태에 서방 각국은 우려 목소리를 내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 홍콩 정부를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산하 국제기구, 언론인, 인권활동가들은 “이번 언론사 습격 사건은 중국이 ‘홍콩판 국가안전법’을 이용해 언론의 자유를 압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사건 당일 “미국은 홍콩 정부가 국가안전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독립언론을 타격하는 행위를 주시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엄격한 국가안전법을 사용해 홍콩의 자유로운 언론을 탄압하고 있으며 거짓된 혐의로 지미 라이와 홍콩의 빈과일보를 공격하고 있다. 이러한 혐의는 즉각 취하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