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나” 트럼프 질문에 상하이 둥팡위성TV 기자 “대만서 왔다”

류지윤
2020년 04월 13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20년 04월 23일 오후 12:42

(타이베이=에포크타임스) 류지윤 통신원 = 중국 본토방송 소속 기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에서 왔다”며 신분을 감췄다가 들통나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8일 백악관 감염병 대책 브리핑에서는 한 중국계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프랑스의 대이란 의료물자 지원, 버니 샌더스의 예비경선 중도하차 등에 대해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답 전 중국계 기자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고, 중국계 기자는 주저 없이 “대만에서 왔다”고 했다. 트럼크는 “좋다(Good)”며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브리핑 후 해당 중국계 기자가 상하이 미디어 그룹의 위성채널인 둥팡(東方)위성TV 소속 장징이(張經義) 기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장징이 기자가 대만출신이란 건 맞다. 1979년 대만 출생인 장징이는 대만의 한 잡지사에 입사하면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해 지난 2010년 홍콩 봉황TV로 옮겨 워싱턴 주재 기자로 파견됐고, 2014년 상하이 둥팡위성TV로 소속을 옮겼다.

그 이후 장징이 기자는 백악관 출입기자로 백악관기자협회 회원, 둥팡위성TV 백악관 주재원, 상하이 미디어 그룹 북미뉴스센터 편집장, 백악관 외신기자단 부회장을 겸하며 워싱턴에서 활동해왔다.

둥방위성TV 방송화면 캡처

이러한 경력은 그가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라는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 자명하다. 장징이 기자 스스로도 작년 11월 중공 관영매체 ‘펑파이(澎湃)’와 인터뷰에서 “백악관 기자증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중국의 부상이 큰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인터뷰 기사제목은 ‘장징이, 백악관에 있는 중국의 마이크’였다.

둥팡위성TV 운영사인 상하이 미디어 그룹은 중공 상하이위원회 선전부의 감독을 받는 준 정치기관이다. 그룹 회장 겸 당서기인 왕젠쥔(王建軍)은 상하이위원회 선전부 주임을 지냈다.

대만정치대학 국가발전연구소 이유담(李酉潭) 교수는 “중공이 극단적인 전제주의 통치를 하는 중국에서 모든 매체는 당을 위해 부역한다”며 “동방위성TV는 중공의 대외선전을 하는 매체다. 근무자들은 자유의지를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공의 선전공작 지침대로만 움직인다”고 했다.

장징이 기자의 직업윤리를 비난하는 지적도 나온다. 중공 매체 소속으로 중공 부역자로 일한 그가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대만이란 간판을 꺼낸 것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으로서도 자질이 크게 떨어지는 언행이었다는 것이다.

장징이 기자의 “대만에서 왔다”는 답변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단수에 말려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부터 백악관을 드나든 장징이 기자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징이 기자의 배경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미 백악관 보좌관들과 장징이 기자에 대한 분석을 마친 상황에서 해당 질문을 던짐으로써 장징이 기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중공 매체 기자들의 ‘신분감추기’는 이틀 전에도 논란이 됐다.

지난 6일 홍콩 봉황TV 왕유유(王又又) 기자는 알리바바, 화웨이가 미국에 의료물자를 지원했다는 등 질문이라기보다는 중공 선전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참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나, 중국?”이라는 질문을 받자 “홍콩 봉황TV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소유 매체인가”라고 물었고 왕유유 기자는 “민간기업”이라고 답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은 홍콩, 대만 등 중화권으로 퍼지며 비웃음을 샀다. 봉황TV가 홍콩의 대표적인 친중공 매체로 인민해방군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설립자 류창러 회장은 중공 인민해방군 선전부 장교 출신이며, 봉황TV 경영진이 주요 이슈에 대해 인민해방군의 보도지침을 받고 있다는 내부 폭로도 최근 있었다.

한편,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봉황TV가 미국에서 정보전을 벌인 지 수년이 넘었다. 대외적으로는 민간이지만 실제로는 관영언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