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미중관계 회복 촉구… “레드라인 넘지 말라”

이윤정
2021년 02월 4일 오후 12:21 업데이트: 2021년 02월 4일 오후 4:51

중국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중공) 정치국원이 미국에 중국 정부의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양 정치국원은 지난 1일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 전국위원회(NCUSCR) 주최로 화상 연설을 했다.

이날 연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에 대한 중국 고위 관리의 첫 연설이었다.

양 정치국원은 30분간의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중 관계가 예측 가능하고 건설적인 궤도로 복귀되기를 기대한다”며 ‘상호 존중과 상생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내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중국의 요구사항을 나열했다.

양 정치국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과 관련해 ‘3대 공동성명’ 합의를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1972년부터 대만 문제 처리 방식을 놓고 ‘중국은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3차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관료들은 여러 차례 대만과 중국을 구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은  대만 외에도 중국이 내정 문제로 여기는 홍콩, 티베트, 신장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레드 라인을 침범하면 미국의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은 전략적 오판이며 강대국 간에 제로섬 게임식의 경쟁을 하는 구시대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임기 종료 직전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 학살로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은 홍콩과 티베트의 인권 탄압을 주도한 중국 공산당 관료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양 정치국원은 마약 규제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불법 펜타닐 및 펜타닐 유사 물질을 제공한 최대 공급처였다.

지난해 미국은 펜타닐을 밀매한 중국인 및 기업을 제재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 외에도 전염병 대응, 경제 회복, 기후 변화 등의 문제는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해 양제츠 정치국원의 미국 방문, 조 바이든 대통령 및 고위 참모들과의 만남, 양국 정상 정상회담 등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양제츠의 워싱턴 방문을 제안하며 미·중 간 협력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총서기의 첫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신호를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보안정책센터의 마이클 월러 전략정책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의 전략을 완전히 바꾼 것”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중공에 대해 “불신하고 검증하라”고 강조했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공산당을 어떻게 다룰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