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목표는 국민들 불안에 떨게 하는 것” 양욱 아산硏 연구위원

이윤정
2022년 12월 27일 오후 6:38 업데이트: 2022년 12월 27일 오후 6:38

인지전으로 정부와 국민 이간
北 드론, 공격·정찰 수준 낮아
인지 영역 공격…대응태세 높여야
‘한국은 위험한 나라’ 착시 현상 유도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가운데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군사적 의미는 낮다”라고 평가하며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정부와 국민 사이를 이간하는 게 주목표”라고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2월 26일 “오전 10시25분경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북한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건 2017년 6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강화도 일대와 경기도, 서울 상공을 5시간 넘게 침범했다. 전투기·공격헬기 등을 동원해 즉각 대응에 나선 우리 군은 헬기의 20mm 포로 100여 발을 사격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군은 이날 오후 유·무인 정찰기를 MDL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북한 무인기 격추에 실패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양 연구위원의 의견은 좀 달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북한 소형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뚫고 들어왔다고 우리 군의 방공망이 무너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NTD

양욱 연구위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뚫고 들어왔다고 우리 군의 방공망이 무너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이번에 북한이 띄운 소형 드론은 군사적 위험성이 낮고 정찰용으로 보기에도 탑재된 센서나 카메라 수준이 너무 낮다”고 평가했다.

양 연구위원은 “그 안에 탑재할 수 있는 무기나 폭탄의 양이 아주 적어서 탐지가 어렵고 격추는 더욱 어렵다”며 “격추했더라도 큰 성과도 아니고, 위협도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는 무기체계”라고 부연했다.

또 “그러다 보니 탐지나 격멸(무력화)에 대한 우리 군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 군이 중점을 두는 건 초소형 드론의 격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 연구위원은 “이런 것들이 계속 쌓여서 결국은 우리 군사 능력이 부족한 거 아니냐, 우리가 위험에 노출된 것 아니냐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아울러 “사실은 충분히 방어 가능하고 미미한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대도 격추하지 못한 건 우리 국민들이 볼 때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북한의 무인기 도발 이유를 ‘인지전’으로 파악했다.

그는 “상대방의 인식 영역을 흔드는 ‘인지전’이 최근 전쟁 양상 중 하나”라며 “한국은 위험한 나라다, 한국이 북한보다 (군사적으로) 못한 것 같다 등의 착시 현상을 일으켜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정부와 국민 사이를 이간하는 게 북한의 주요 목표”라고 역설했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반적으로 군사적인 우위에 있다기보다는 자신들이 언제든 대한민국을 괴롭힐 수 있고 공격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런 걸 두려워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덧붙여 “비록 군사적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우리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꼈다면 인지 영역에 대한 위협”이라며 “공격당했다는 인식하에 대응 태세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 무인기 침범과 관련해 “한국군이 북한의 드론 도발에 충분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미국 군사 전문가의 지적도 제기됐다. 27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5년 전보다 더 정교한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이 드론 수백 대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 무기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만큼 한국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