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16년간 ‘지옥’에서 살았던 남성이 학대 아동들에게 남긴 말

김우성
2021년 02월 23일 오후 3:3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전 11:16

양부모의 학대와 어른들의 외면으로 16년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던 남성.

자신과 같은 학대 아동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피해를 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것을 애써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힘들면 힘들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됩니다”

“굳이 아픈 것을 숨길 필요도 애써 밝은 척할 필요도 없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상욱(가명)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상욱 씨는 2살 무렵 동생과 함께 서울에 한 어린이집에 버려졌고, 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상욱 씨 형제를 입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상욱 씨만 ‘가족’이 되지 못했다.

MBC 뉴스데스크

“저와 동생을 차별했습니다. 동생은 깔끔한데, 저는 꾀죄죄했습니다. 저는 식탁에는 얼씬도 못 했고, 바닥에 홀로 앉아 남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양부모는 상욱 씨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안일을 시켰다.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잠을 재우지 않거나 때리고 감금했다.

가족들이 외출할 때에는 상욱 씨를 화장실에 가둬두고 나갔다.

MBC 뉴스데스크

상욱 씨가 8살 때 아동 학대를 의심한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양부모에게 연락해 신고가 들어왔으니 방문하겠다고 미리 알렸다.

“갑자기 저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또 만화책을 주면서 가서 읽고 있으라고 시켰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경찰과 함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두 명이 나왔다.

옷을 들춰서 온몸에 난 멍 자국을 보더니 엄마가 때렸냐고 물었다. 그때 엄마는 대화 소리가 다 들릴 만한 거리에 있었다.

상욱 씨는 두려움에 엄마가 시킨 대로 놀다가 다친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경찰과 기관 사람들은 돌아갔고, 상욱 씨의 삶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MBC 뉴스데스크

학교 장기 결석으로 관리 대상자가 되었지만, 학교에서는 상욱 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상욱 씨가 14살 때, 양부모는 장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상욱 씨를 허위로 지적장애인으로 등록시키기까지 했다.

진단을 받기 전, 양부모는 의사 앞에서 해야 할 행동에 대해 사전교육을 철저히 했다.

MBC 뉴스데스크

17살 때, 상욱 씨는 폭행을 못 견디고 집을 뛰쳐나와 처음으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까지 당한 학대들을 모두 털어놨지만, 경찰은 믿지 않았고 비웃기까지 했다.

“경찰은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며 ‘어떻게 살아있냐?’라며 비웃었고 귀가 조치를 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더 이상 집에만 가둬놔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양부모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당연히 번 돈은 모두 양부모에게 줬다.

또 도망칠까 불안했던 양부모는 상욱 씨의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 위치추적 앱을 이용해 감시했다.

어느 날 위치추적 앱 오류가 나서 다른 곳에서 놀다 왔다며 오해를 받았다.

“반팔, 반바지를 입을 상태로 맞다가 팔이 터졌습니다. 이렇게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30층 계단에서 죽기 살기로 뛰어 내려왔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다행히 일하던 음식점 주인의 도움으로 18살이던 지난 2018년 양부모를 경찰이 신고했다. 학대 피해를 당한 지 16년 만이었다.

2년여의 재판 끝에 대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폭행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였고, 학교를 보내지 않은 방임만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