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 정부 압력에 경찰 진압정보 제공 앱 삭제

에바 푸
2019년 10월 12일 오전 11:32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56

애플은 10일(현지시간) 홍콩 시민들이 경찰과 시위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사용해온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대중이 정보를 공급하는 크라우드 소싱 앱인 홍콩맵라이브(HKmap.live)는 지난 6월 이후 중국 정부의 부당한 처우와 인권 침해적 행태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홍콩에서 시민들에게 최루탄이 투척된 거리를 검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인기를 얻었다.

앱에서 사용되는 이모티콘과 대중들의 자발적인 업데이트는 폐쇄된 지하철역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가능지역 등을 추적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홍콩맵라이브(HKmap.live)’가 홍콩에서 전시되고 있다. 2019.10.9.|Vincent Yu/AP=Yonhapnews(연합뉴스)

애플은 이 앱이 홍콩 주민들과 법 집행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또 “이 앱이 경찰관들을 표적으로 삼고,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데 이용됐으며 경찰이 없는 지역의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데 악용되고 있는 것을 홍콩 사이버보안기술범죄국(cybersecurity and technology crime)과 함께 확인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앱 삭제에 대해 홍콩 경찰과 애플 사용자들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라며 옹호했다.

쿡 CEO는 애플의 내부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경찰 검문소 및 주요 시위 장소에 대한 정보 제공 자체는 무해한 것이지만, 개별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이 없는 지역에서 개인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앱이 악의적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이 선과 악 모두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앱 삭제는 공교롭게도 중국 관영 매체들이 홍콩 시위대를 돕는 앱을 승인했다며 애플을 질책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앱 삭제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 운동을 “극단적인” “범죄 행위”라고 표현했다.

홍콩맵라이브의 개발자들은 이 앱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홍콩 당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앱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사용자 리뷰에는 홍콩맵라이브가 공공 안전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애플이 이 앱을 제거한 것은 홍콩에서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기 위한 명백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공화당)도 10일 애플의 결정에 대해 “중국 검열관들이 그들과 한 마디씩 한 것 같다. 누가 정말로 애플을 경영하고 있는가? 팀 쿡인가, 베이징인가?”라며 비난했다.

중국 당국자들과 관영 언론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그러들 줄 모르는 민주화 시위를 ‘폭동’으로 일관하며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즉 공산당 노선에 역행하는 외국 기업들을 압박해왔다.

홍콩맵라이브는 애플, NBA,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티파니와 같은 미국 브랜드들이 자유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정권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애플의 새로운 모델 아이폰11이 홍콩 센트럴 지구 국제금융센터(IFC) 애플 스토어에서 전시되고 있다. 2019.10.10.|Athit Perawongmetha/Reuters=Yonhapnews(연합뉴스)

애플은 또 최근 중국 모바일 앱스토어에서 쿼츠(Quartz) 뉴스 앱을 삭제했는데 이는 “중국 현지에서 불법인 콘텐츠를 포함한다”는 중국 정부의 불만 때문이라고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는 전했다. 쿼츠 뉴스 측은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구글 역시 10일 “게임을 통해 심각하게 계속되는 충돌이나 비극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등의 민감한 이벤트에 개발자가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한 롤플레잉 앱을 중단했다. 이 게임은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는 앱으로 사용자들이 홍콩 시위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레이터 차이나(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및 대만)는 애플의 세 번째로 큰 시장이며 애플은 이곳에서 지난해 총 매출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520억 달러를 창출했다. 이곳은 애플사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중국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중국 국민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