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자율주행기술 훔친 전직 중국인 직원…혐의 인정

정향매
2022년 08월 26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2년 08월 26일 오후 4:55

애플의 자율주행차 관련 기밀 자료를 훔쳐 중국에 넘기려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직원 2명 중 1명이 22일(현지시간) 유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으로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 경쟁사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빼돌린다는 의혹이 재조명받고 있다. 

애플카 기술을 훔친 후 中 경쟁사에 취업한 전 직원

미연방수사국(FBI)이 4년 전에 체포·기소한 애플 전 직원 장샤오랑(Xiaolang Zhang)이 ‘영업비밀 절취(theft of trade secrets)’ 혐의를 인정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법원이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장샤오랑은 11월 열릴 최종 판결에서 최대 10년의 징역과 250만 달러(약 3억3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장샤오랑은 지난 2018년 7월 애플 자율주행차 회로 기판의 설계도를 포함해 25페이지 분량의 기밀문서를 다운로드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설계도는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영업비밀 중 하나다. 

고소장에 따르면 장샤오랑은 2015년 12월~ 2018년 4월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팀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는 육아휴직 중에 중국에 다녀온 뒤 4월 30일 복귀해서 ‘아픈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장샤오랑의 행보를 수상하게 생각한 애플 측은 그의 사내망 접속권한을 차단한 뒤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장샤오랑이 같은 해 4월 28~29일 회사 데이터베이스에서 기밀문서를 다운로드한 사실을 적발했다. 사내 CCTV 카메라에는 그가 4월 28일 연구실에 들어가 회로 기판과 리눅스 서버를 가져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장샤오랑이 5월 2일 애플 측과의 면담에서 ‘중국으로 들어간 후 샤오펑모터스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도 그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샤오펑모터스는 니오(NIO)·리향(LiAtuto)와 함께 ‘중국판 테슬라’ 3총사로 알려진 신흥 전기차 기업이다.  

같은 해 7월 7일 장샤오랑은 중국행 비행기를 타려 대기하던 중 산호세 공항에서 체포됐다. 장샤오랑이 2018년 5월 초에 이미 샤오펑모터스의 미국 지사에 입사한 사실 또한 샤오펑모터스의 성명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샤오펑모터스는 성명에서 6월 27일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장샤오랑에 대한 조사 소식을 접했다며 규정에 따라 즉각 장샤오랑의 컴퓨터와 사무용품을 봉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샤오펑모터스는 “장샤오랑은 5월 초 입사 당시 지적재산권 보호 계약에 서명했다”며 “그가 샤오펑모터스에 민감하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정보를 제출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애플 영업비밀 훔친 중국계 엔지니어…中 경쟁사 지원

천지중(Jizhong Chen)은 애플의 자율주행차 기밀을 훔쳐 중국 회사에 이직하려 한 두 번째 하드웨어 엔지니어다. 

천지중은 2019년 3월 장샤오랑과 같은 ‘영업비밀 절취(theft of trade secrets)’ 혐의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천지중은 2018년 6월 기밀 유지 각서에 서명하고 애플에 입사했으나 2019년 1월 11일 애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쓰이는 작업실에서 광각렌즈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후 그는 개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자율자동차 프로젝트의 매뉴얼과 도표를 포함한 파일 2000건을 백업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가 훔친 파일에는 애플의 자율주행차 설계도표와 자율주행차 부품 조립도가 포함됐다.

천지중은 애플 내 다른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해명했지만, 애플은 그가 중국 경쟁 업체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직무를 정지시켰다.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천지중은 오는 29일 법정 심리를 앞두고 있다. 그는 현재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앞서 유죄를 인정한 장샤오랑과 같은 변호인단을 고용하고 있다. 

테슬라, 샤오펑모터스로 이직한 직원 소송

중국 전기차 기업과 관련된 기술 탈취 관련 소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9년 3월 21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전직 직원 차오광즈(Cao Guangzhi)가 ‘자율주행’ 기술의 소스코드를 빼돌린 뒤 2019년 1월 샤오펑모터스로 이직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테슬라가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샤오펑모터스는 2018년 12월 차오광즈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다. 이후 차오광즈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관련 파일 30만 건 이상을 자신의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복제했다. 

테슬라는 샤오펑모터스가 차오광즈가 훔친 파일을 통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스코드에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5년 동안 수백 명의 인력과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했다. 따라서 샤오펑모터스는 해당 기술을 가질 권리가 없다고 테슬라 측은 주장했다.

테슬라는 또 고소장을 통해 샤오펑모터스가 테슬라 출신 직원을 최소 5명 이상 고용하고 있으며 직원을 통해 고의로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3월 23일 허샤오펑 샤오펑모터스 CEO는 자신의 웨이보에 “샤오펑모터스는 차오광즈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알지 못했고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반박했다. 

외신 “샤오펑모터스의 미국 하이테크 회사 출신 직원은 장·차오 두 사람만이 아니다”

한편 2019년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장샤오랑과 차오광즈처럼 미국 첨단기술 기업에서 샤오펑모터스로 이직한 직원은 이들 2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샤오펑모터스는 당시 자율주행 관련 인력 40명을 모집하고 있었다. 또한 샤오펑모터스는 2018년 초에 1000명이던 직원 수를 1년 사이에 3000명으로 늘렸고, 그들 중 70%가 연구 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