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지사, 선거 무결성·비판적 인종이론 금지 등 법안 거부

2021년 06월 1일 오후 12:55 업데이트: 2021년 06월 1일 오후 6:48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가 선거 무결성, 비판적 인종이론 도입 금지에 관한 법률 등 2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더그 듀시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22개 법안을 거부했다. 일부 좋은 정책도 있지만, 회계연도가 한 달 남은 만큼 예산 통과에 먼저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듀시 주지사는 예산안 처리가 우선순위며 다른 법안은 이후에 서명해도 늦지 않다고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이 주 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더는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켈리 워드 애리조나주 공화당 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에는 선거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과 마르크스주의 영향을 받은 비판적 인종이론을 홍보하기 위해 납세자 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주의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선거 무결성 법안(HB2792)은 우편투표를 신청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한 선거관리 공무원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다른 법안(SB1074)은 정부 기관이 공무원들에게 인종·민족·성별에 근거해 한쪽에 책임을 돌리고 비판하는 식의 비판이론 훈련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듀시 주지사는 마리화나 조제실에 대한 검사와 검사 요건과 관련해 민주당이 제안한 2개의 법안도 거부했다고 현지 언론 ‘애리조나 미러’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이 밖에 애리조나주 주택부가 마리코파 카운티에 거주하는 노숙 노인들을 위해 긴급 대피소를 마련하도록 하는 법안이 거부됐다. 

공화당 러셀 바워스 애리조나주 하원의장은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바워스 의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기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입법에) 성공하려면 31-16-1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했다. 

주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주지사의 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가끔 우리는 그 하나를 잊는다”고 했다. 

바워스 의장은 다만 “제안된 예산안이 좋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단결이 있을 때까지 다양한 코커스와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곧 그렇게 되리라 낙관한다”고 말했다.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워드 의장은 “의회가 모든 회기 동안 처리한 22개의 법안이다. 통과 과정을 거친 법안들이 행정부의 책상으로 넘어갔다”면서 “이런 폭압적 접근은 애리조나 주민들이 지지하는 선거의 무결성과 비판적 인종이론 중단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듀시 주지사는 애리조나주가 예산안을 통해 초중고 교육과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근로 가정과 중소기업의 역사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예산이 통과되면 다른 몇 가지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추가 법안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주의회에 예산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선거 무결성, 비판적 인종이론 금지 등의 법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크 핀쳄 하원의원(공화당)은 예산안에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듀시 주지사를 겨냥, “쩨쩨한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주지사실에 이번 거부권 행사에 관한 논평을 요청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