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수색 당한 홍콩 빈과일보, 50만부 발행…시민들 구매운동 전개

2021년 06월 19일 오전 10:28 업데이트: 2021년 06월 19일 오후 12:35

홍콩 경찰,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편집국장 등 5명 연행
빈과일보, 다음 날 5배 추가 발행…“끝까지 자리 지킬 것”

시민들, 새벽부터 가판대 몰려가 구매운동 “자유언론 수호”

빈과일보가 홍콩 경찰이 ‘홍콩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빈과일보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편집국장 등 5명을 연행한 데 맞서 신문을 정상 발행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에 몇 남지 않은 독립언론 중 하나인 이 언론을 구매 운동으로 지지했다.

빈과일보는 18일 신문을 정상 발행했으며 발행 부수를 50만 부로 늘렸다고 밝혔다. 빈과일보의 평상시 발행 부수는 7~8만 부 정도다. 평소의 6배 이상으로 신문을 더 찍어낸 셈이다. 이를 위해 인쇄소 윤전기 3대를 풀가동하고 직원들은 추가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콕 지역에서는 새벽부터 시민 수십 명이 가판대 앞에 줄을 서서 새벽에 도착한 빈과일보를 구매했다. 대부분 1부 이상 구매했고 10부 이상 구매한 사람도 여럿 있었다. 한 음식점 사장은 손님들에게 나눠주겠다며 100부를 구매했다.

지팡이를 짚고 가판대를 찾은 고령의 여성 독자 조이스는 “빈과일보의 오랜 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오늘 구매한 신문 10부는 일부 보관하고 일부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려 한다. 빈과일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한 식료품점 주인이 빈과일보를 자비로 구매해 상점에 비치한 후 손님들에게 무료로 1부씩 가져가도록 했다. | 사라 량/에포크타임스

또 다른 홍콩 시민 판(潘)씨는 새벽 일찍부터 줄을 서서 신문 10부를 구매했다. 그는 “1부는 소장하고 나머지 9부는 친구들 줄 것”이라며 “빈과일보 계열 신문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과일보를 구매한 시민 캐빈은 “새벽부터 줄을 선 이유는 빈과일보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는 완전히 실종됐다. 법원 영장 하나로 경찰이 신문사를 압수 수색했다. 권력의 감시 기관으로서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안전법 담당부서인 홍콩 경무처 국가안전처는 전날 오전 경찰 500명을 동원해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편집국장 등 5명을 체포하고 계열사 3곳의 은행계좌를 포함해 26억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

빈과일보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해외 각국에 중국·홍콩 정부에 대한 제재를 호소하는 수십 건의 기사를 게재한 혐의로 기소당했으며, 홍콩 정부는 빈과일보 모기업인 넥스트미디어의 자금줄을 옥죄며 압박해왔다.

홍콩의 음식점인 퐁화팔로우(芳華絕代·방화절대)에 빈과일보가 무료 배포하는 안내와 함께 놓여 있다. | 숭비룽/에포크타임스

넥스트미디어 그룹은 지난 3월 말까지 당국의 제재로 은행에 묶인 자금이 5억2천만 홍콩달러(약 758억원)이라며 이는 그룹을 18개월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압수수색 당일 빈과일보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논평을 발표해 “홍콩은 최악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홍콩 독자들을 위해 진실을 알리고 여명의 시대를 위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들은 해당 논평에 댓글로 빈과일보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빈과일보라는 네 글자가 찍혀있으면 백지 신문이라도 구매하겠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홍콩 언론단체와 노동조합 등 8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경찰의 행위는 충격적이며 불안감을 준다”면서 “홍콩 국가안전법이 무기화돼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홍콩 빈과일보 사옥에 들이닥친 경찰들 | 빈과일보 페이스북 캡처

같은 날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 당국은 자유 독립언론을 겨냥한 행위를 멈춰야 한다. 언론 자유를 압살하고 정보의 소통을 제한하는 행위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글로벌 허브라는 홍콩의 위상과 생존능력을 해친다”라고 비난했다.

미국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계속해서 엄격한 국가안전법을 사용해 홍콩의 자유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그들은 라이언 로 빈과일보 편집국장을 비롯해 빈과일보에 거짓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역시 트위터를 통해 “홍콩 경찰 측의 빈과일보 압수수색은 중공이 제정한 소위 국가안전법이 이의를 제기하는 상대에게 사용되는 것이지, 국가안보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빈과일보 압수 수색에 대해서는 오는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홍콩 반환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이 ‘분위기를 해치는’ 민주화 인사와 언론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류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