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미중 회담은 연극…바이든 이미지 세탁 목적”

강우찬
2021년 03월 22일 오후 10:41 업데이트: 2021년 03월 23일 오전 6:54

미중 고위급 회담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양측 모두 막이 오르자마자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은 서로 2분씩 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16분이 넘는 모두 발언으로 무례함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모두발언 후 이어진 비공개 회담을 마친 양측은 서로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호흡을 맞춰 연기를 펼친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분석을 내놨다.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후 첫 미중 고위급 대면회담에서 양측은 회담에 돌입하자마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양측은 2분씩 하기로 한 모두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대결양상을 보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모두발언은 2분 27초였다. 그는 홍콩·신장·티베트·대만에서 중공이 벌이는 행동이 미국을 심각하게 우려케 한다며 중국 측이 전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2분 17초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충돌을 원치 않지만 치열한 경쟁은 환영한다고 이야기했다.

양체츠 중국 공산당(중공)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단숨에 16분 14초 연설하며 미국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어 왕이 외교부장 역시 4분여 동안 연설했다. 중공 측 대표 모두 약속된 2분의 시간을 어기면서 회담을 시작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에게 미국 측이 추가로 대응해야겠으니 남아달라고 요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세계로 돌아와 동맹을 강화하고 많은 나라로부터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이들 국가도 중국의 인권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자신감이 있는 국가는 자신의 단점을 반성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추구한다며 이것이 미국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말이 끝나자 양제츠는 비난을 퍼부었다.

양제츠는 “내가 한마디 하겠는데, 미국은 중국 면전에서 우월한 지위에 서서 대화할 자격이 없다. 20년 전, 30년 전에도 당신들에게는 이런 지위가 없었다. 중국인에게는 이런 수법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제츠는 처음부터 미국과 협상할 의지가 없음이 명확했다. 그의 속사포 같은 발언은 다른 의도를 지닌 듯했다.

중국 전문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중공은 세계가 주목하는 이런 기회를 빌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중공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은 더 이상 안 된다. 중공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양제츠의 발언은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세계를 똑바로 볼 수 있고, 이제 동쪽이 떠오르고 서쪽은 가라앉을 때’라는 시진핑의 발언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재미 독립학자 거비둥(戈壁東)은 “그동안 중국 언론의 여론이 보여준 태도를 포함해 지난해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의 하와이 회담에서 양제츠가 보인 태도는 전부 맥없이 비기려고 애쓰는 정도거나 비굴하기까지 한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평소와 달리 양제츠와 왕이 모두 기세등등했다”고 이야기했다.

거비둥은 알래스카에서 열린 이번 미∙중 회담에서 “양측이 공개적으로 체면을 구기고 국제적 의전을 외면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며 “(이번 회담은) 일종의 찰떡같은 호흡 속에 국제사회에 던진 연극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의 가족이 중공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중공은 바이든의 친공(親共) 이미지를 씻어 내는 것을 돕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제츠의 발언이 애초에 미국인에게 들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중공의 국제적 위상과 미중 충돌에 대한 정치적 선전 쇼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연기가 어느 모로 보나 진짜가 아닌 과장된 연기였다”며 “바이든 정부가 이렇게 자신을 완전히 업신여기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이런 공개적인 도발과 모욕을 용인한다면 그만큼 이들의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탕징위안 역시 이번 회담에서 중공은 바이든 정부가 어느 선까지 강경할지를 탐색해 바이든 재임 중 미중 관계의 기조를 잡으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회담에 대한 반응을 묻는 말에 “나는 국무장관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탕징위안은 “트럼프 시절 우리가 본 중공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시진핑이 직접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트럼프와 만났을 땐 마치 반성하는 것 같았고, 또 류허(劉鶴)가 워싱턴에 가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할 땐 거의 반성문을 작성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거비둥은 바이든 정부가 연약하고 기만적인 무능한 정권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알래스카 회담은 역사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양쪽에 점수를 매길 때 바이든 정부는 실점 그 자체였다. 이 사건은 강력한 미국마저 중공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중공은 이 세상에서 더 많은 나쁜 짓을 벌일 것이라는 대단히 나쁜 신호 하나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탕징위안 역시 “중공 같은 깡패 정권을 상대로 힘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 악은 더욱 날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