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떠날 땐 뒤도 돌아보지 말라”…존 마틴 작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 감상

[시리즈 칼럼] 고전회화는 사람의 내면에 무엇을 남기는가

에릭 베스(Eric Bess)
2020년 09월 1일 오후 8: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6:15

일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 결과에 앞선 어떤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사람의 행동에 대한 결과는 그 자신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까지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의 가정, 가족, 친구들 모두 우리의 행동방식에 따라 영향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사람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주변 구성원들의 행동을 곱하면 그 결과는 도시 전체, 더 넓게는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는 두 도시 구성원들의 사악한 행위가 도시를 파괴로 이끈 경우를 보여주는 사례다.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는 타락으로 악명 높은 도시였다. 신은 소돔과 고모라를 그 죄악 때문에 멸망시키려고 했으나, 아브라함이 의인의 생명을 살려달라며 간청하자, ‘의인이 열 명이라도 발견되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신은 소돔에 사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에게 두 천사를 보냈다. 롯은 천사들을 환대했고 그의 집에 머물게 했다. 그러나 그날 밤 소돔의 남성들이 롯의 집을 에워싸고 천사들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롯은 거친 군중에게 천사 대신 자신의 딸들을 제공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성난 소돔의 군중이 롯의 집 안으로 들이닥치려 하자 천사들은 무섭게 돌변해 그들을 공격했다.

롯과 그 가족 외에는 의로운 마음을 가진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신은 바로 이 시점에서 그 도시를 멸망시킬 명분을 찾는다. 천사들은 롯과 그의 가족에게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라고 지시했고 유황과 불이 도시와 사람들을 덮쳤다. 그 무서운 파멸을 뒤돌아본 롯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됐다.

존 마틴(John Martin), 1852년,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 | Public Domain

존 마틴

19세기 영국의 화가였던 존 마틴(John Martin)은 종교적 화풍과 도시 풍경화로 잘 알려져 있었다. 마틴은 그의 작품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에서 롯과 그의 가족이 불타는 도시를 떠나는 순간을 묘사했다.

작품의 왼쪽에는 불타는 도시가 펼쳐져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좀 더 집중해 그 부분을 보면, 강렬한 화염을 상징하는 노란 불꽃의 밝기에 비해 도시가 얼마나 어두운지 알 수 있다.

도시의 어둠과 밝은 화염의 높은 대비는 작품에 역동성을 더한다. 도시를 까맣게 뒤덮은 연기 속은 마치 불이 훨씬 더 밝게 타오를 수 있는 아궁이 같다. 매캐한 구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몰아치며 구성의 에너지를 한층 더 증가시킨다.

도시의 맨 아래쪽에서 구성을 반으로 나누면 롯의 아내가 보인다. 그녀는 불타는 도시를 돌아보고 있고 오른쪽 상단 사분면에서부터 번개가 그녀를 향해 내리꽂힌다.

오른쪽 아래 사분면에는 롯과 그의 딸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앞으로 향한 채 탈출하는 모습이 보인다.

악을 돌아본 롯의 아내는 악과 함께 파멸한다. 존 마틴(John Martin), 1852년,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 부분

영혼을 밝게 하고 악을 뒤로하고 떠나라

마틴의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을 보면서, 나는 이 작품이 나의 내면의 세계, 즉 마음과 정신 그리고 성격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봤다. 나에게 있어 그 도시들은 내 행동의 결과에 대한 표현이다. 그 결과는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내 영혼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영혼 역시 우리의 행동에 의해 건설되고 파괴된다. 고결하고 덕이 있는 성격은 영혼을 번영과 번성으로 이끄는 반면, 사악한 성격은 폭력과 파괴로 이끈다. 고결한 덕성은 만인의 안녕을 위해 행동하지만, 사악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모든 것을 이기적으로 파괴한다.

선과 악 중, 현재 우리의 영혼, 마음과 정신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둘 다 일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지배적인가?

마틴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비해 도시를 매우 어둡게 묘사했다. 이 뚜렷한 대비는 내게 선과 악의 극명한 차이를 상기시켰다. 선을 상징하는 불꽃은 언제나 악을 삼키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의가 있는 곳에서는 악이 성공할 가망이 없다.

그리고 의로움은 우리가 선을 위해 나아갈 때, 결코 악을 돌아보지 말 것을 요구한다. 영혼을 소금기둥처럼 연약하게 만드는 사악함에 우리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도록 악을 뒤로하고 결코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악에 등을 돌리고 선을 향해 계속 나아감으로써, 의로움과 사악함의 ‘대립적 갈등’은 신과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내적 고요’로 안착할지 모른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나타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은 나와 이것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과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간의 경험에 대해 무엇을 제안하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에릭 베스(Eric Bess)는 현재 비주얼 아트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젊은 화가 겸 예술전문 기고가다. 고전회화를 중심으로 예술 작품 큐레이션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