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암’ 투병 중인 손자의 눈을 빤히 바라보던 ‘치매’ 할머니의 한 마디

김연진
2020년 03월 25일 오전 11:57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4:56

악성 뇌암(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홍정한씨는 치매 말기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보살피며 지냈다.

홍씨는 20년 전 부모님을 잃었다. 아버지는 급성 간경화로, 어머니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는 치매 말기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의 식사를 챙겨드리고, 곁을 지켰다.

자신도 투병 생활 때문에 힘들지만, 할머니 앞에서는 애교 많은 손자가 돼 웃음만 보였다.

채널A ‘아이콘택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손자 홍씨는 할머니가 더 기억을 잃으시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어, 마지막일지 모르는 서울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여행을 마친 두 사람은 지난해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서로 눈맞춤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손자 홍씨는 할머니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할머니도 손자의 눈을 바라봤지만,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치매 때문에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손자는 할머니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하며, 진심을 다해 할머니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온갖 감정이 뒤섞인 그의 눈은 할머니를 바라보며 빛을 냈다.

손자는 “할머니…”라며 조용히 말했고, 할머니의 손도 꼭 잡았다. 모든 기억을 다 잃어도, 손자의 눈빛만큼은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천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얼굴에 점차 미소가 번졌고, 손자를 빤히 보며 “눈이 좋다”라고 속삭였다.

채널A ‘아이콘택트’

그러더니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별을 직감한 것인지 혹은 손자의 진심이 느껴진 것인지, 할머니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뮤지컬배우가 꿈이었던 손자 홍씨는 할머니에게 “노래 한 곡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밝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손자는 노래 ‘지금 이 순간’을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이 순간”. 노랫말에 진심을 담아 할머니에게 선물한 것이다.

채널A ‘아이콘택트’

마지막으로 손자는 할머니에게 “눈으로 보고 기억하고, 잊지 않을게요.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악성 뇌암 손자와 치매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또 두 사람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손자 홍씨는 할머니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알렸다. 또한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악성 뇌암 투병 중인 근황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