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돕고 싶어 서울대 의대 간 2019학년도 ‘수능 만점자’의 사연

황효정
2019년 11월 13일 오후 7:15 업데이트: 2022년 12월 20일 오후 5:51

내일(14일) 수능을 앞두고 지난해 수능 만점을 받았던 어느 학생의 사연이 보는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1월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서울 선덕고등학교 3학년 김지명 군은 국어·영어·수학·한국사·화학Ⅰ·생물Ⅱ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전과목 만점을 받았다.

작은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지명 군은 엄마 앞에서 수능 시험지를 다시 채점해 보여드렸다. 엄마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지명 군의 성적표가 특히 값진 것은 중학교 3년 동안 내내 백혈병으로 투병했기 때문. 초등학생이던 12살 때 백혈병이 발병한 지명 군은 긴 투병 생활을 견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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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군은 “아프면 놀러 다닐 수도 없고 밖에 나갈 수도 없으니까 사실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척추에 커다란 바늘을 찔러 넣는 고통스러운 골수 검사 등을 견디면서, 지명 군은 누워 있다가도 연필을 들 힘만 있으면 늘 책을 펼쳤다.

아팠던 시간은 그렇게 지명 군에게 값진 자산이 됐다.

어렵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학원은 하나도 다니지 않았다. 과외도 한 번 듣지 않았다.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자습 시간에는 복습을 반복했다.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인터넷 강의로 대체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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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스마트폰도 없었다는 지명 군. 시험이 끝나면 휴식으로 소설책을 몰아 읽었다. 지명 군의 담임 선생님은 “성격이 순진한 학생”이라고 지명 군을 기억했다.

백혈병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공부할 때 더 방해됐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지명 군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주로 출제돼 ‘불수능’이라 불린 2019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지명 군의 소감은 “운이 좋았다”다. 지명 군은 “찍다시피 한 문제도 맞아서 만점이 된 거니 노력한 것보다 점수가 더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지명 군은 이후 정시로 서울대학교 의대에 진학, 수석으로 합격했다.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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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능 당일 겪은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길을 헤매다 수능이 끝난 지 2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는데, 지명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시험을 망쳐서 배회하는 줄 알고 울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들의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이같은 말을 전했다.

“시험 좀 못 보면 어때? 네가 이렇게 건강한데…”

엄마에게 아들은 ‘선물’이다. 시험을 잘 보건, 아니건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그뿐이다. 아마 전국 모든 수험생의 가족이 이러한 마음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