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 급등…정부 “1주택자 보유세 작년 수준 동결”

이윤정
2022년 03월 23일 오후 5:58 업데이트: 2022년 03월 23일 오후 6:04

정부 인수위와 추후 세제개편 논의 예정
민주당, ‘부동산 감세’로 정책 선회…당내 의견 엇갈려
정의당 “민주당, 갈팡질팡 정책으로 시장 교란”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7.22% 오르지만,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는 3월 23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2년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표 산정 시 2021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지난해 대비 17.22% 오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19.05%)보다는 소폭(1.83%p) 하락했지만, 2007년(22.7%)과 지난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에 정부는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내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기준으로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종부세 과표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산정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과 같거나 낮을 경우에는 올해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산정에 활용되는 과표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납부 유예 제도를 새로이 도입해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세액 100만 원 초과, 60세 이상 1가구 1주택자는 양도·증여·상속 등의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차기 정부가 확고한 시장 안정 기반하에 국민 주거 안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3월에 사전청약, 4월에 공공 재개발 등 공급 체감도 제고를 포함한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역량 집중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보유세, 건보료 부담 완화 방안은 지난해 당정 협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회 등과 추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잠정안일 뿐 근본적 세제 개편은 인수위에 달려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오는 7월부터 고지되는 재산세 규모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민주당 “보유세 2020년 수준으로”…당내 반발도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부동산 정책 개편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3월 2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시가격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1가구1주택자는 차별 없이 2020년 기준 과표로 산정해서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라며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3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모습 |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도 21일 회의에서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해 과세표준을 상정하도록 의견을 모으고 그 결과를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세제 강화로 집값을 잡겠다던 민주당이 정책 기조를 선회한 것을 두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대선 패배 요인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대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16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20대 대선이 한국 정치에 남긴 과제들’ 세미나에서 수도권 민심 이반의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이 거론됐다. 민주당 초선의원들 모임인 ‘더민초’는 21일, 대선 이후 처음 개최한 워크숍에서 대선 패인으로 부동산 능력을 꼽았다.

하지만 당내에서 부동산 조세 부담 완화 정책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권지웅 비대위원은 21일 회의에서 당내 부동산 과세 완화 주장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권 의원은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세금을 깎아주지 않아서 대선에 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추가로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를 함부로 취해서는 안 된다. 전체 시민의 43%는 세입자로 살아가며 상위 2%가 19%의 부동산을, 10%가 50%의 부동산을 가진 심각한 불평등 국가다. 부동산 세금 완화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대선 공약보다 세금을 더 깎아줄 게 아니라 임대주택, 분양주택을 늘리고 대출을 적절히 지원하며 세입자인 채로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현 부동산 상황, 여당 책임 커”

민주당의 이러한 정책 선회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또다시 `부자 감세` 카드를 만지고 있다”며 “세금이 민주당 마음대로 바꿔 먹을 수 있는 엿도 아닌데 선거를 이유로 과세 기조를 대체 얼마나 더 바꿀 작정인지 개탄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보유세 완화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었다”며 “(민주당이)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를 외친 것이 고작 몇 달 전이다. 폭등하는 집값에 부동산 거래는 절벽인 작금의 상황은 원칙도 철학도 없이 갈팡질팡한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만 교란해온 집권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부동산 세제를 시장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조세 원리에 맞게 개편하겠다며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 ▲취득세 부담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올해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해 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