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눈도 마주쳤는데…” 불난 집에서 생후 12개월 아들 못 구하고 홀로 나온 20대 엄마

김연진
2020년 06월 12일 오후 5:33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17

생후 12개월 아들을 미처 구하지 못하고 불난 집에서 홀로 빠져나온 20대 엄마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 측은 “엄마가 아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도, 구조하지 않고 집에서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대연)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4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A씨는 자택 안방 침대에 아들을 재운 뒤 작은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자고 있던 안방에서 불이 났다. 전선 과부하로 인한 화재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아들의 울음에 잠에서 깬 A씨는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이때 아들과 눈도 마주쳤다. 그러나 A씨는 아들을 즉시 구조하지 않고 연기를 빼내기 위해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이후 다시 안방으로 갔지만 치솟은 열기와 연기 때문에 아들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 집을 빠져나와 화재 신고를 했다.

결국 생후 12개월 아들은 연기를 흡입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 측은 “A씨가 아들과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 아들을 바로 구할 수 있었으나 구조를 포기하고 집에서 나왔다”라며 “아들을 구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와 아들과의 거리가 약 2m 정도였기 때문에, A씨가 아들에게 다가가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의 증거만으로는 A씨가 아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조를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아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구하지 못한 것뿐”이라며 “아들을 유기할 고의는 없었다”라는 A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또 “화재 시뮬레이션 결과, A씨가 안방문과 현관문을 열었을 당시 안방 침대 쪽의 온도는 61.62도 혹은 63.37도 정도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았고,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고 해도 A씨가 망설임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 아들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가 양육 과정에서 다소 미숙하거나,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들을 의도적으로 유기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