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살 사건, 中 공산당의 반응은 무엇을 말해주나

톈윈(田雲)
2022년 07월 14일 오후 1:52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0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 피습으로 사망하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은 애도와 비분을 나타내며 암살 만행을 엄중히 규탄했다. 미국과 인도는 조기를 게양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아베 전 총리는 생전 중·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기여했다”는 짤막한 애도 메시지를 내는 데 그쳤다.

테러에 대한 규탄은 없었고, 주일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의 추모글은 문답 형식으로 게재됐다. 다른 나라의 애도 성명과는 뚜렷하게 대조적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였으며 다른 국가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공적과 과오를 남겼다. 현지의 정치적 이익에 휘말리지 않은 외국의 추도사와 추도 칼럼은 그의 치적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평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이 요약한 아베 전 총리의 치적은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그의 죽음에 냉담한 까닭을 잘 설명해주는 증빙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를 “일본 국민의 자랑스러운 공복이자 미국의 충실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는 두 명의 미국 대통령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며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피습으로 숨지는 순간까지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아베 총리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슬픈 소식”이라며 “변화 시대에 그가 보여준 글로벌 리더십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존슨 총리는 “그는 가족, 친구 그리고 일본 사람들과 함께했다. 이 어둠과 슬픔의 시간에 영국은 당신들과 함께 서 있다”고 일본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아베 총리의 서거는 재앙적 소식”이라고 운을 뗀 뒤 “아베는 국제무대에서 호주의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라며 “그의 리더십 아래 아시아에서 이념을 공유하는 중요한 동반자 중 하나가 된 일본의 공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나의 사랑하는 친구 아베 신조의 피습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일본 국민들을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본은 위대한 총리를 잃었다. 프랑스는 일본 국민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내 마음은 그와 그의 가족과 함께 있다”며 “나토는 우리의 긴밀한 파트너인 일본 국민과 기시다 후미오(田田文雄) 총리와 함께 서 있다”고 지지의 뜻을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아베 전 총리는 나의 좋은 친구일 뿐 아니라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이며 대만·일본 관계 발전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중 일본 경제를 효과적으로 부양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리더십에 동기부여를 받은 일본은 미국, 호주, 인도, 나토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중국 공산당의 도전에 대처했다.

고인을 추모하면서 “일본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발언 배경은 같은 이념과 가치를 공유한다는 유대감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는 이유다.

아베 전 총리 피습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국주수의 네티즌인 ‘샤오펀훙’ (小粉紅)은 온라인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아베 전 총리와 일본에 대한 냉담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외신 기자가 아베 전 총리 총격에 관한 중국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을 언급하며 외교적 대응이 미숙하다는 평가를 전하고 외교부 입장을 묻자,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네티즌의 다양한 반응에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네티즌의 반응이 아베 전 총리 피습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 원한 표출이라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외국 지도자에 대한 존중이나 최소한의 예의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방관이자 일종의 지지다. 사실 중국 애국주의 네티즌의 원한에 가까운 반미 감정이나 반일 감정,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 수십 년간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리거나 거짓 선전을 퍼뜨리며 키워온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곤경에 처했을 때 시선을 돌릴 대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민족주의를 자극해 ‘가상의 적’을 만들었다. 그것이 일본이고 미국이다.

중일전쟁(중국에선 ‘항일전쟁’) 기간, 전선에서 일본군에 맞서 혈투를 벌인 것은 오늘날 대만으로 쫓겨 들어간 국민당이었다. 국민당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사이, 중국 공산당은 후방에서 권력 쟁탈에 혈안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일본군과 은밀히 결탁해 국민당 세력을 약화하며 민족을 배신했다. 전쟁이 겨우 중국의 승리로 끝나자, 공산당은 항일전쟁의 주축으로 둔갑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이후, 일본은 중국에 거액의 경제 원조를 제공했다. 공산당은 가짜 항일, 진짜 매국, 일본의 원조로 집권하고 중국을 피의 혁명으로 몰아넣은 폭정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겉으로는 일본의 전쟁 범죄를 규탄하는 시늉을 했다.

일본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는 지난 70년간 중국 공산당이 자신의 만행을 감출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됐다.

대만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 특히 중국 관광객들은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중국과의 큰 차이를 발견한다. 그런 아름답고 인문학적인 풍경은 오늘날 중국 본토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중국이 말하는 통일은 대만인들에게는 폭력, 거짓말, 자유 소멸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에 대한 대만 정치인들의 저항으로 이어진다.

홍콩의 추락은 이미 모든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중국이라는 국가와 오랜 역사를 지닌 문명에 대한 애국심, 자부심을 공산당이라는 정치 집단에 대한 충성으로 교묘하게 유도하고 있다.

어떤 중국인들은 외국 유명 인사들이 대만을 칭찬하거나 지지하면, 이를 ‘중국 통일’을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죽일 듯이 덤벼든다. 공산당의 기만과 선전술이 만들어놓은 비극적 결과물이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이 아베 전 총리의 피습에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인간성 말살의 폐해를 드러내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말 대만 싱크탱크가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대만의 유사는 일본의 유사이며 일미(미일) 동맹의 유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온라인판은 아베 전 총리가 피습으로 위독했던 8일 이른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우익세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정치 전반의 보수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또한 “아베의 지지자들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등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나토의 동아시아 진출에 발맞춰 동북아의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중국 관변매체는 ‘아베노믹스’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중국인에게 은퇴한 일본 정치인의 죽음은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라고 평했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중국의 한 학자는 인터뷰에서 “일본 정치인의 암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마지막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나 관변매체들의 논평은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일본이 중국 공산당에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으로 부강한 일본, 서방 자유 진영과 강한 유대를 맺고 있는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에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른바 환구시보의 ‘전문가’가 말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란 중국 공산당의 정권 안정 혹은 통치에 대한 리스크일 뿐이다.

중국 공산당은 중공 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인민이 최고, 생명이 최고(人民至上, 生命至上)”라는 표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의 생명과 건강, 행복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무신론은 숭고한 지성을 빛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로 얼룩진 폭력과 혁명, 투쟁의 이론적 기반이 됐다. 이념이 다른 인간은 똑같이 신이 창조한 귀한 생명이 아니라, 죽여도 상관없는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인권과 생명 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반대편에 서 있다. 중국 공산당이 통치는 중국인의 육신을 살해했고, 이념선전은 정신을 말살했다.

중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곤두박질친 것은 이 때문이다. 가짜와 조폭 문화에 물든 중국인들은 국제화하기가 쉽지 않다.

아베 전 총리의 비극적 사건은 우리가 난세의 한복판에 서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은 참됨과 성실, 선량함과 포용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