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 총리 경호 실패 책임 日 경찰청 장관 사퇴… 경찰 간부 사직도 줄이어

최창근
2022년 08월 26일 오전 8:03 업데이트: 2022년 08월 26일 오전 9:18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총격 사망 사건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찰 총수 나카무라 이타루(中村格) 경찰청(警察聽) 장관(청장 해당)이 8월 25일, 전격 사퇴했다.

NHK,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 등 일본 언론들은 “나카무라 이타루 경찰청 장관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나카무라 이타루 장관은 경찰 감독기관인 국가공안위원회에 아베 신조 전 총리 저격 사건 경호 검증 결과를 보고한 뒤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퇴 선언을 했다.

기자 회견에서 나카무라 이타루 장관은 “경호 본연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두 번 다시 유사 사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체계로 새로운 경호를 실시하기 위해서 인심일신(人心一新·국민의 마음을 새롭게 함)을 도모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형식상 자진 사임이지만,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을 막지 못한 결과에 따른 사실상 ‘인책(引責) 사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다만 나카무라 이타루 경찰청 장관의 사임이 공식화되기 까지는 절차가 남았다.

일본 ‘경찰법’에 의하면 경찰 수장(首長)인 경찰청 장관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총리의 승인을 얻어 임명한다. 해임 시에도 각료회의를 거쳐 총리의 재가가 필요하다. NHK는 나카무라 장관의 사임은 8월 26일 내각 회의에서 ‘요해(了解·승인)’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나카무라 이타루 경찰청 장관의 퇴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인 7월 12일, 기자 회견에서 경찰의 수장으로서 총격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서 “경찰청 장관으로서 책임은 정말로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책임을 통감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내가 완수해야 할 책임은 검증과 재검토에 전력을 쏟는 것이다.”라고 밝혀 사건 수습 후 사퇴를 시사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나카무라 이타루 경찰청 장관은 후쿠오카(福岡) 출신으로 도쿄대학 법학부 졸업 후 행정고등고시에 해당하는 ‘국가공무원채용1종시험’에 합격하여 1986년 경찰에 입문한 ‘커리어조’ 경찰이다. 일본 수사 경찰의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경시청(警視廳·수도 도쿄 관할 지방경찰청) 형사부 수사2과장, 경찰청 경무부 참사관(参事官) 등을 거쳐 경시감(警視監·한국 치안감~치안정감 해당)으로 승진하여 경시청 형사부장, 경찰청 조직범죄대책부장, 경찰청 장관 총괄심의관, 경찰청 장관 관방장(官房長) 등 요직을 역임했다. 이후 2020년 경찰청 차장을 거쳐 2021년 9월 제29대 경찰청 장관에 올랐다.

경찰 수장에 이어 ‘관할’ 경찰본부장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이 발생한 나라(奈良) 치안 책임자인 오니즈카 도모아키(鬼塚友章) 나라현 경찰본부장은 8월 25일, 경찰청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일본 국가공안위원회와 경찰청은 오니즈카 도모아키에게 ‘3개월 감봉’ 징계 처분을 내렸고 이에  오니즈카 도모아키는 경찰을 떠나기로 했다.

오니즈카 도모아키도 국가공무원채용1종시험 출신 경찰 간부이다. 규슈(九州)대학 법학부 출신으로 1995년 경찰청에 입성했다. 이후 나가노(長野)현경찰본부 경비 제1과장, 경찰청 경비국 경호실장, 내각관방 안정보장국 참사관 등 요직을 거쳐 2022년 3월 나라현 경찰본부장에 취임했다. 그는 본부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어린이나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 피해자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싶다. 일본에서 가장 안전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현을 만들기 위해 경찰본부장으로서의 중책을 다해 분골쇄신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관내에서 발생한 전 총리 총격 사망 사건으로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이 밖에 경찰 당국은 나라현 경찰본부 경비부장, 경비부 참사관 등 간부 경찰관 4명에 대해서도 감봉, 경고 등 징계 처분도 발표했다. 이에 나라현 경찰본부 경비부장도 사직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