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판매도서에 ‘혐오발언 금지 정책’ 시행 논란…“기준 모호”

이은주
2021년 03월 2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1년 03월 2일 오후 7:24

아마존이 최근 자사의 ‘도서 금지 콘텐츠 정책’에 혐오 발언 문구를 조용히 포함시켰다. 이에 대한 회사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마존이 트랜스젠더 이념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도서를 금지한 것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마존이 규정하는 혐오 발언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금지한 도서에 혐오 발언 금지 규정이 적용됐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 연구소의 2017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무엇이 혐오 발언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나타났다. 

일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인종, 성별, 성적 성향 등에 대한 비하 발언”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기업들 역시 어디까지가 비하 발언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정치적 편의에 따라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가 발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특정 관점을 제한할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도서 판매업체로서 일부 고객이 불편해할 수 있는 도서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특정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권리는 도서 콘텐츠 가이드라인에 설명돼 있다”며 “모든 소매업체는 어떤 것을 제공할지 선택·결정하고, 우리는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는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정책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존이 공식 발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을 변경한 시점도 확실하지 않다. 

앞서 아마존은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한 증오나 폭력을 조장하고, 선동 또는 미화하는 제품”에 대해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규정이 도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8월 10일 자 웹사이트에 게재된 아마존 ‘도서 콘텐츠 정책’에는 혐오 발언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아마존은 음란물이나 부적절한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했다”고만 명시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정책에는 “혐오 발언, 아동 학대 또는 성적 착취를 조장하고, 포르노와 강간, 소아성애를 미화하고, 테러리즘을 옹호하고, 부적절하거나 불쾌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음란물과 폭력적인 콘텐츠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기존과 다르지 않지만, 여기서 혐오 발언이 추가된 것이다. 

아마존 대변인은 정책이 언제 채택됐는지, 무엇이 혐오 발언인지, 고객에게 정책 변경 사항을 전달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정책은 지난 24일 이전에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저스트뉴스는 아마존이 미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 연구센터’의 신임 회장 라이언 앤더슨의 책을 판매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책 제목은 ‘해리가 샐리가 되었을 때: 트랜스젠더 운동에 대한 응답’이다. 지난 2018년에 출판된 이 책은 성전환주의와 관련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다른 성별이라고 느끼는 개인, 즉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성이라고 여기는 개인에게 성전환을 유도하는 건 건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닌 이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의 저자인 앤더슨은 언제 책이 금지됐는지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지난 21일 책을 구매하려던 지인으로부터 책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데일리 콜러에 전했다. 그는 아마존으로부터 책을 금지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앤더슨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마존은 책을 제거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 콘텐츠 정책을 위반했는지 밝히길 거부한다(정책을 위반한 지 3년이 지난 뒤)”면서 “책의 어느 페이지가 문제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책은 앤더슨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을 비판하는 사설을 뉴욕 포스트에 게재한 이후 삭제됐다. 

이 법안에는 1964년 제정된 민권법 범위를 확대 적용해 성차별의 범위를 남녀가 아닌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및 정체성에 따른 차별도 포함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존은 앤더슨의 책이 왜 삭제됐는지에 대한 에포크타임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젠더 이데올로기는 주로 급진좌파들의 핵심적 기치다. 트랜스젠더 개인이 직면한 삶의 질 문제에 대한 논의보다는 인종과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사회를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구분한 마르크스주의의 비판 이론과 상호교차성 이론이 융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