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저금통 털어 ‘마스크 500장’ 기부한 4남매, 나란히 코로나19 확진 받았다

이현주
2020년 10월 8일 오후 12:01 업데이트: 2022년 12월 13일 오후 5:32

전북 정읍시 양지마을에 살고 있는 4남매는 지난 4월 평소 아끼던 저금통을 깼다.

2살, 5살, 7살, 9살인 4남매는 코 묻은 돈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으로 마스크 500장을 샀다.

아이들과 부모는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어르신과 아동을 위해 써달라”며 면사무소에 전달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연합뉴스

4남매는 “우리가 기부한 마스크가 코로나19로 어려움 겪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6개월 뒤인 지난 5일 이 남매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들 어머니이자 전북 133번째 확진자인 A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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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5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와 접촉한 4남매와 시부모, 친정오빠 등 가족 7명이 무더기로 코로나에 감염됐다.

A씨 가족의 최초 감염원은 친정 오빠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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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내다 내려온 친정 오빠는 확진 판정 때까지 증상이 없었다.

가족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방역 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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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남편은 “세심하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조심한다고 했는데 행정에 어려움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확진자가 더 안 나오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읍시 관계자는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을 위해 마스크를 기부했던 4남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마을에서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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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가족은 지난 2015년 정읍 양지마을에 귀농해 한우를 키우며 4남매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전원생활을 했었다.

양지마을은 현재 A씨 일가족의 집단 감염 사례 이후 동일 집단격리(코호트 격리)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