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넘치는 세계 뒷마당 ‘중국’

프랭크 팡
2015년 03월 12일 오후 7:32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오후 9:33

중국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당국의 대변인격인 신화통신사(新華通訊社, 이하 신화사)는 지난 1월 6일 ‘유언비어가 아니다, 중국은 세계의 쓰레기 뒷마당으로 전락했다’는 제목의 주요뉴스를 보도했다.
신화사는 보도에서 중국 곳곳에 쌓인 쓰레기 더미가 서방에서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쓰레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많은 중국 시민은 문제는 서방이 아니라 중국 당국에 있다고 꼬집었다.

신화사는 “아무리 가난해도 서방에서 수입한 쓰레기를 처리해 먹고 살 순 없다.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아름다운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 매립지가 되는 것을 방치하면서 쓰레기를 사랑스러운 아기를 바라보듯 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지만, 공기 오염과 수질 오염, 쓰레기 문제 등을 다룬 보고서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환경오염 유발 주범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신화사는 “화물선이 미국의 플라스틱 폐기물과 영국의 의료 폐기물을 중국 부두에 부린다. 중국 쓰레기 수입업자들은 쓰레기를 사들이기 위해 2배나 높은 가격도 마다치 않는다. 그들은 이렇게 수입한 쓰레기를 가공 처리해 되판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쓰레기는 다르다. 분해가 잘 안 되고, 토양에 흡수되지도 않는다.
– 푸궈용(傅國湧), 중국 저장(浙江) 성 작가

연구보고서와 수치

신화사는 중국, 미국, 영국의 자료를 인용해 현재 중국의 쓰레기 대부분이 서방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11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Telegraph)’는 재활용에 쓰이는 플라스틱 70%가 극동지역으로 보내지며, 중국은 영국의 저급 플라스틱을 더는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2012년 미·중 경제안보 검토 위원회 직원 연구 보고서(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Staff Research Report)를 보면, 중국으로 들어가는 미국 쓰레기와 폐품의 수출가가 2000년 7억 4000만 달러(약 8120억 원)에서 2011년 115억 달러(약12조 6189억 원)로 15배 넘게 뛰었다.

상하이증권뉴스(Shanghai Securities News)는 2007년 1월 보도에서 폐플라스틱, 고철, 폐지 수입이 1990년에서 2003년 사이에 각각 125배, 50배, 2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 성의 한 폐플라스틱 공장이 배출한 오염물질 때문에 호수가 분홍색으로 변했다. 2014년 10월 22일 촬영. WEIBO.COM/U/1083369547

수입 쓰레기 오염

목격담은 충격적이다. 신화사는 관영 신문 노동자일보 2007년 1월 기사를 인용해 광둥(廣東) 성 리엔지아오(連角) 마을이 “온통 쓰레기로 덮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자일보 기자는 폐기물 재활용 산업 붐이 어떻게 그 마을에서 일었는지 설명하며, “모든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있다”며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강물은 석유만큼이나 검다”고 말했다.
신화사는 또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왕지우량(王久良)이 카메라에 담아온 중국의 쓰레기 사진을 보여주며 쓰레기 문제에 관한 왕의 견해를 소개했다. 왕은 2008년에서 2010년까지 베이징(北京) 주변 쓰레기 매립지 460곳을 돌며 약 1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들을 엮어 2011년에 쓰레기 문제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또, 그는 중국 해안가가 쓰레기로 어떻게 오염됐는지를 기록했다. 그는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강은 석유만큼이나 새까맣다.
– 노동자일보(工人日報)

중국엔 의료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법(제25조)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왕이 촬영한 사진에는 한 어린이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은 플라스틱 주사기를 입에 물고 놀고 있다. 다른 사진을 보면, 중국 북부 허베이(河北) 성의 한 호수가 분홍색으로 변했다. 이는 인근에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공장에서 배출한 오염 물질 때문이다. 왕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폐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며, 국제사회가 중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했다고 비난했다.

한 중국 어린이가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주은 플라스틱 주사기를 입에 물고 있다. 2013년 8월 중국서 촬영. | WEIBO.COM/U/1083369547

부적절 규제

신화사 보도와 대조적으로, 중국 최고 인기 인터넷 포털 중 하나인 중국 넷이즈(NetEase)는 “중국, 세계의 쓰레기장이 됐다고 다른 나라를 탓하지 마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는 중국 당국의 환경 정책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3년에 발표한 바로는, 환경규제의 엄격성과 시행 정도에서 중국은 140개국 가운데 각각 67위와 63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이 규제의 엄격성에서 66위, 에티오피아가 환경규제 시행에서 62위에 올랐다.

중국의 1인당 플라스틱 수요는 계속 증가했고 중국 내 화학공업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면서, 중국에 폐플라스틱이 넘쳐나게 됐다. 2005년1인당 플라스틱 수요가 약 30kg이었던 것이 2010년 약 46kg으로 증가했다. 신화사는 이는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입해 가공 처리해야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2011년 3월 보도했다. 중국 고체폐기물 네트워크인 solidwaste.com.cn(中國固廢網)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06년에 폐플라스틱 5만 8600t을 수입했고, 2011년엔 8만 3800t으로 수입량을 늘렸다.

한 여성이 베이징(北京)의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 센터 옆에서 냄비에 든 쌀을 씻고 있다. 2009년 촬영. | AP PHOTO/GREG BAKER, FILE

중국 시민 반응

중국 동부 저장(浙江) 성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푸궈용(傅國湧)은 대기원시보와 인터뷰에서 “쓰레기는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에 쌓인 쓰레기는 예전 것과 다르다. 분해가 잘 안 되고 토양으로 흡수되지도 않는다”고 우려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경제전문매체인 시나 파이낸스 사이트에 올린 댓글에서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1420646015’의 베이징 누리꾼은 “서방의 쓰레기가 어떻게 중국으로 들어왔는가? 책임 관리들은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베이 성의 누리꾼인 아이디 ‘지아푸숴(家富所)’는 “우리 정부는 어디 있는 거냐?”며 빈정댔다.
베이징의 누리꾼 ‘블루스카이포미(Blueskyforme)’는 “중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신념도, 도덕성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