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전문가가 말하는 정신 건강의 비결 : 용서

김연진
2023년 04월 28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3년 04월 28일 오후 2:43

“그가 내게 한 짓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를 용서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을 용서하라고요? 말도 안 됩니다.”

35년 경력의 정신건강 전문가이자 심리상담가인 그레고리 얀츠(Gregory L. Jantz)는 의뢰인과 상담할 때 이런 말들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

누군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의뢰인에게 그레고리 얀츠는 항상 이렇게 조언을 건넨다.

“상처를 붙잡고 있는 것은 마음과 영혼에 독이 됩니다. 물론 용서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용서하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한층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레고리 얀츠는 “최근 들어 정서 불안,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대부분의 경우 정신적 고통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 감정적 상처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고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레고리 얀츠의 설명에 따르면, 용서의 본질은 타인의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용서의 이점(利點)

용서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용서하는 행위는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레고리 얀츠 박사 공식 홈페이지

해당 논문은 “용서는 불안, 우울증, 트라우마 등의 정서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장기적으로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서의 신체적 건강상 이점도 증명됐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진들은 ‘Forgiveness: Your Health Depends On I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용서하는 행위는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심장마비 위험을 낮추고 숙면을 도와주는 등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수록 용서와 건강의 연관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그레고리 얀츠도 저서 ‘트라우마 극복하기(Triumph Over Trauma)’에서 “타인을 향한 분노와 관계의 갈등은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며 “타인을 용서할 때 비로소 그 장애물을 극복하고 건강해지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면죄부’는 용서가 아니다

그레고리 얀츠는 “우리가 용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과분한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피해를 받은 만큼 되갚아 주는 것만이 정의(正義)라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며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전했다.

또 “누군가는 용서를 ‘나약함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용서한다고 해서 약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레고리 얀츠에 따르면 용서는 타인에게 잘못을 따지지 않고, 책임을 묻지 않으려는 것과 거리가 멀다.

pexels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냄으로써 자기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용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즉, 용서의 주체와 객체는 모두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

그레고리 얀츠는 용서가 감정이 아닌 ‘선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용서는 분명하고 의도적인 선택에서 시작된다”며 “감정적인 상처가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잠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되찾겠다는 개인적인 결심이 바로 용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노, 고통, 상처 등 감정적인 요인에 휘둘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레고리 얀츠는 “용서는 평화와 치유를 향한 길”이라며 “용서하는 법을 익히면서 심리적, 신체적 건강이 개선되는 사례를 실제로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용서는 온전함을 향한 거대한 발걸음이며, 그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